저출산.고령화 극복 위한 외국 사례
입력 2006.06.07 13:07:47
수정
2006.06.07 13:07:47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대부분의 고민거리다. 그래서 저마다 해법을 내놓으며 문제 해결에 나섰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어떤 나라는 눈에 띄게 좋은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일부 국가는 제자리걸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출발은 비슷했지만 종착점은 달랐다. 왜 그럴까.
보건복지부와 노동부, 산업자원부, 예산처 등 12개 부처로 구성된 범정부 저출산고령사회정책본부가 내놓은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시안을 보면 그 이유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스웨덴과 핀란드, 덴마크, 프랑스, 벨기에, 룩셈부르크, 미국, 캐나다 등은 1970년대부터 1980년 중반까지 저출산을 경험했다. 하지만, 지금은 출산율이 안정화되었거나 회복중이다. 이들 국가는 출산율이 안정되면서 노인인구비율이 오히려 감소하는 등 인구 고령화도 완만하게 진행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보고 있다. 스웨덴은 1985년 합계출산율이 1.7명이었으며, 2003년 현재도 이런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높은 출산율을 보이던 스페인과 이탈리아, 그리스,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일본 등은 빠른 속도로 출산율이 하락하고 있다. 스페인의 경우 1985년 합계출산율이 1.6명이었으나 2003년 현재는 1.3명으로 뚝 떨어졌다.
나라별로 이 같이 상반된 현상을 보이는 원인으로 크게 두 가지 요인이 꼽히고 있다. 하나는 양성평등을 지향하는 가족.사회문화 기반을 조성했느냐 여부이다. 다른 하나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와 자아실현 욕구를 뒷받침할 수 있는 지원체제와 육아 인프라를 구축했느냐이다.
고출산 국가들은 저출산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재원을 출산.보육환경 개선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프랑스와 스웨덴은 각각 국내총생산(GDP)의 2.8%와 2.9%를 공 보육기반 구축은 물론, 자녀 수에 따른 가족수당과 출산보너스 지급, 부모휴직, 탄력근무제 실시 등 여성들이 일과 가정을 병행할 수 있는 가족친화적 환경 조성 정책에 쏟아붓고 있다.
보육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중시해 여성들이 믿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을 갖춘 것도 출산율 제고에 한몫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스웨덴은 공동체 의식을 기반으로 공공 보육 제도를 정비해 미혼모, 동거부부 등 부모의 결혼 여부나 재산 유무에 관계없이 출생아 양육에 필요한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스웨덴은 출산여성의 대부분이 취업 중인 현실을 감안해 3살 이상 유아뿐 아니라, 0∼3살 미만 영아를 위한 보육 시설 확충에도 정부지출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미국은 선진국 중에서 상대적으로 고령화 정도가 낮고, 높은 출산율(2003년 합계출산율 2.04명)을 유지하고 있다. 그 비결은 미국은 `자녀 양육이 쉬운 사회'라는인식을 심어주고, 일하는 기혼여성에 대해 세제혜택은 물론, 고용·승진에서 차별을금지하는 등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를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상대적 저출산 국가들은 가부장적 사회구조 등 전통적인 가족문화의 덫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저출산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사회는 변화하는데 이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결과인 셈이다.
출산은 국가가 개입해서는 안 될 가족의 영역이며 자녀양육과 가사의 일차적 책임은 가정에 있다는 보수적 인식에 따라 남성은 생계를 책임지고 여성은 주부로서 자녀 양육에 전념하는 전통적 가족제도 규범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가족수당 등 양육비용 보조 정책에 많은 재원을 투입하고도 직장과자녀 양육을 병행할 수 없는 사회 분위기 탓에 여성들이 출산을 기피하는 실정이다.
여성의 고학력화와 경제활동 참가 욕구 증대로 스페인의 여성노동시장 참가율은1990년 40.4%에서 2000년 51.7%로 껑충 뛰었지만, 여성들이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2000년 현재 0∼3살 영아의 공 보육률은 스페인의 경우 5%, 이탈리아 6%, 독일 5% 등에 그치고 있다.
여성친화적 정책 부재가 낳은 산물이다.
일본과 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도 비슷한 처지이다.
일본은 저출산 현상이 지속하면서 급속한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어 2005년 현재 총인구가 감소세로 전환한 데 이어, 2006년에는 세계 최초로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이에 따라 `엔젤플랜', `신(新)엔젤플랜', `신신(新新)엔젤플랜' 등 저출산대책을 잇달아 추진하고 있으나 높은 자녀양육 비용과 가정 내 가사·육아분담 문화 부족 등 가족·사회구조의 변화가 뒷받침되지 않아 뾰족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출산여성의 노동시장 재진입 곤란 등 고용 불안과 높은 사교육비, 가족친화적 직장문화 부재 등이 겹치고 국가 지원도 미미하다 보니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저조하면서도 출산율도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
대만도 1980년대부터 세제 감면, 보육보조금 지급, 산전후 휴가, 의료수당, 출산보조금 등 저출산대책들을 추진해왔으나 장기적, 종합적 시각 없이 단편적 정책 추진으로 출산율 제고 효과가 불분명한 상황이다.
따라서 출산율을 올리기 위해서는 여성의 자아실현과 결혼, 출산, 양육의 양립이 가능한 사회구조를 구축하고, 가족과 사회, 국가가 함께 아이를 낳고 키우는 시스템을 확립하며, 국민의 인식을 개선해 양성평등적, 가족친화적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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