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SAT) 기출문제를 불법으로 유통시키고 유출된 문제로 강의를 한 브로커와 어학원 운영자, 강사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김영문 부장검사)는 저작권법 위반 혐의 등으로 브로커 8명과 서울 강남 일대 어학원 운영자ㆍ강사 14명 등 22명을 적발해 이 가운데 2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7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브로커 김모씨는 SAT 기출문제를 인터넷에서 산 뒤 이를 수험생이나 학원 강사, 다른 브로커 등에게 358회에 걸쳐 재판매하고 대가로 2억2,000여만원을 챙긴 혐의다. 기출문제는 공개 문제의 경우 최고 2만원대, 비공개 문제는 최고 30만원대에 거래됐다.

SAT는 문제은행 방식으로 출제되기 때문에 기출문제는 원칙적으로 공개가 금지된다. 다만 일부 문제는 시험 주관사인 미국교육평가원(ETS)이 인정하는 경로를 통해 구입할 수 있는데 이를 구입하더라도 문제의 복제·배포, 강의는 금지된다. SAT 실시 주관사는 비영리단체인 미국 칼리지보드(College Board)이지만 시험문제 개발, 관리 및 실제 시험 운영 등은 ETS가 주관하고 있다.

어학원 운영자인 또 다른 김모씨는 지난해 3월 미국 괌에서 치러진 SAT 시험장에 직접 카메라를 갖고 들어가 문제를 촬영하고 같은 해 5월에는 한 명당 10만원씩을 주고 고용한 아르바이트생 4명을 국내에서 치러진 시험에 응시하게 해 문제를 외워오도록 한 뒤 복원해 강의에 활용했다. 김씨는 시험을 치른 수강생들을 통해 기출문제를 입수하기도 했다.

칼리지보드는 지난 7월 서울 강남의 일부 학원이 SAT 문제를 유출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그 동안 1년에 6회 시행하던 국내 시험을 4회로 줄이기로 결정했다. 이에 앞서 지난 5월에는 SAT 전체 시험이, 6월에는 선택과목 한 과목의 시험이 취소되기도 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일부 학원의 수강료 과다 징수 및 세금 신고 누락도 적발해 교육청 및 국세청에 통보했다. 또 기출문제 브로커를 상대로 범죄수익 환수를 추진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