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의 네팔 대지진 참사는 지구의 피부라고 할 수 있는 지각판의 움직임이 언제 어디서든 인류에게 대재앙을 안길 수 있음을 새삼 깨닫게 한다.
이번 네팔 대지진도 근본적으로는 지각판 이동과 충돌이 빚은 참사였다. 지각판은 육지에 속하는 대륙판과 바다 밑에 깔린 해양판으로 구분되는데 네팔은 대륙판에 속하는 인도판과 유라시아판이 부딪치는 경계에 있다. 세계 최고의 히말라야 산맥도 두 지각 덩어리가 서로 밀치는 과정에서 땅이 솟아올라 형성됐다.
근래에 대지진의 비극을 겪었던 주요 지역들도 이 같은 지질학적 리스크로 주목을 받아왔다. 2000년대 들어 발생한 지질학적 대재앙 중 5건은 한결같이 종잇장처럼 서로 부딪쳐 구겨지는 지각판 충돌이 빚은 참사였다. 이들 사건은 2010년의 아이티 대지진(진도 7.0, 사망자 22만여명)과 쓰촨성 대지진(진도 7.9, 사망자 7만~9만명), 2005년의 파키스탄령 카슈미르 대지진(진도 7.6, 사망자 7만3,000명 이상), 2004년의 인도네시아 쓰나미(진도 9.1, 사망 23만여명), 2003년의 이란 대지진(진도 6.6, 사망 최대 3만여명) 등이다.
특히 인도네시아와 쓰촨성·카슈미르 대지진은 이번 네팔 참사 같은 지각판이 말썽을 빚으며 일어났다. 아이티 지진은 남아메리카판과 카리브판이 충돌해 어긋나는 단층 일대에서 유발됐다.
이에 따라 많은 국가와 연구기관·민간기업들이 지각판 등을 연구하면서 조기 지진경보 기술과 예측능력을 키우고 있다. 미국지질학조사기구(USGS) 같은 기관은 미 캘리포니아에 2012년 1월 400개의 고감도 동작감지 장치를 설치해 네트워크화하는 '셰이크얼러트'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하고 있으며 미항공우주국(NASA) 등은 지난해 6월 전미지질학조합 총회에서 위성항법장치 등을 연동한 지진추적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USGS는 "몇 분만 빨리 (지진을) 경보를 내려도 사람들과 국가체계가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며 조기경보 체계의 유용성을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조기경보 기술은 주로 선진국을 중심으로 연구되고 있어 인력도 자금도 부족한 지진 취약지대의 저개발국가 및 개발도상국가들에는 아직 충분한 혜택이 미치지 못하는 형편이다. 앞서 예로 든 5대 지진 재앙도 모두 한결같이 개도국 및 저개발국에서 일어난 사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