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튀어나온 광대뼈와 사각턱을 고치고 싶었던 A(28·여)씨는 지난 2013년 9월 서울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는 강남의 G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수술 이후 입을 벌릴 때마다 삐거덕거리는 소리가 나면서 오른쪽 턱관절이 아프고 입이 잘 다물어지지 않는 장해가 생겼다. A씨는 수술 과정에서 이른바 '유령수술'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더 큰 충격에 빠졌다. 유령수술은 환자가 마취에 취해 잠든 사이 원래 수술하기로 했던 의사가 아닌 정체불명의 사람이 대신 수술하는 것으로 병원 측은 인건비를 대폭 줄일 수 있게 된다.
당초 A씨는 성형외과 전문의 B씨에게 진찰을 받았고 B씨는 수술 당일 "수술을 잘해줄 테니 걱정 마라"고 말했지만 정작 수술은 얼굴 한 번 못 본 치과의사가 대신한 것이다. A씨는 프로포폴로 전신마취를 한 상태여서 유령수술이 이뤄진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
광대뼈 축소수술은 날카로운 절단기를 광대에 대고 망치로 쳐 뼈를 절단한다. 이 과정에서 자칫 턱관절 부위를 잘못 치면 관절이 파괴된다. A씨는 진찰 한 번 안 해본 치과의사에게 이런 수술을 받았다가 의료사고를 당한 것이다.
A씨는 이에 격분해 올 1월 G성형외과 병원장 Y씨 등을 상해, 사기,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다른 피해자 6명도 추가로 Y씨를 고소한 상태다.
수사당국이 성형외과의 유령수술 등 불법행위가 도를 넘었다고 보고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중앙지검 형사2부(양요안 부장검사)는 G성형외과에 대해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고 10일 밝혔다. 검찰은 특히 유령수술이 조직적으로 이뤄진 점에 주목하고 사실관계 확인에 주력하고 있다. G성형외과에서 근무했던 성형외과 전문의 C씨는 "병원장이 치과·이비인후과 의사 등을 다수 고용해 조직적으로 유령수술을 시켰다"며 "의사 한 사람당 적으면 한 달에 20건, 많으면 50건 이상 유령수술이 벌어졌다"고 밝혔다. 이 병원의 성형외과 전문의가 15명 정도임을 감안하면 한 달에 300~450명 정도의 환자가 위험천만한 유령수술을 받고 있는 셈이다.
검찰은 또 유령수술뿐만 아니라 무면허 진료, 면허 대여, 탈세 등 다른 불법행위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G성형외과는 12~2월 성수기 때면 간호조무사 학원생 10여명을 고용해 수술 보조와 마취제 투여 같은 의료행위를 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또 Y원장은 지점을 늘리기 위해 고용의사들에게 면허를 빌리거나 거액의 탈세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경찰청과 강남경찰서도 G성형외과 병원장의 상해·사기 혐의를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G성형외과와 같은 불법행위가 성형업계 전반에 퍼져 있다는 점이다. 김선웅 대한성형외과 이사는 "강남 등지의 대형 성형외과들은 지점을 여러 개 만들고 수십억원의 광고비를 쓰는 등 '기업형'으로 운영하면서 비용을 감축하기 위해 무면허 진료, 유령수술, 불법 브로커를 통한 고객 모집행위를 하고 있다"며 "최근 성형외과에서 사망·뇌사 등 의료사고가 끊이지 않은 것도 불법운영과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최근 성형외과의 각종 불법행위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엄정하게 수사해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