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남아선호 퇴조, 여성인력 활용 극대화로 이어져야

지난해 태어난 남자아이가 여아 100명당 105.3명으로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81년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가족계획운동이 남아선호 풍조를 자극해 1990년 남아 출생 성비가 116.5로 최고치를 기록한 지 23년 만에 9.6%(11.2) 하락했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문제는 이 같은 남아선호 퇴조가 여성인력 활용 극대화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데 있다. 20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012년 62.9%로 남성(62.3%)을 처음 추월했지만 30대에는 56.0%로 급락, 남성(93.3%)을 크게 밑돈다. 우리는 저출산과 급속한 인구 고령화로 2017년 경제활동의 주축인 생산가능인구(15~64세) 감소까지 앞두고 있다. 내년이면 여성인구가 2,531만여명으로 남성을 앞지르는 여초(女超)시대에 접어들 것이라고 한다. 이런 마당에 여성인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한국 경제는 '인구재앙의 쓰나미'를 맞을 수밖에 없다. 노동력과 소비가 함께 늘어나 경제가 성장하는 '인구 보너스' 효과는 추억이 되고 부양해야 할 노인 인구만 증가해 성장이 지체되는 '인구 오너스(onus)' 시대가 코앞이다.

이 추세로 갈 경우 2030년께면 1%대 저성장이 불가피하다. 3% 안팎의 성장에도 허우적거리는 한국 경제가 인구 오너스 시대를 버텨내려면 무엇보다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여야 한다. 남성 수준으로 끌어올리면 매년 성장률을 1%포인트 높일 수 있다는 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분석이다. 여성이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기업·사회 분위기와 인프라를 조성하고 남성의 63%를 밑도는 임금, 입사·승진에서의 성차별을 해소해야 가능한 일이다. 무엇보다 남성 위주의 장시간 근로관행 개선이 절실하다. 선진국들이 도입한 여성임원할당제를 받아들이는 등 유리 천장도 낮출 필요가 있다.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고 노인 복지비 지출 급증이라는 인구·정부재정의 재앙을 면하기 위해서도 여성 고용의 질과 양 개선은 시대적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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