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가 급락으로 삼성전자 등 대표 종목들의 주식가치(밸류에이션)가 지난 98년 외환위기 수준으로 추락하면서 증시 저평가 및 이에따른 주식매수 타이밍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대부분의 악재가 주가에 과도하게 반영된 만큼 매수시점을 저울질해야 한다는 지적과 아직은 좀더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
동부증권은 10일 삼성전자ㆍSK텔레콤ㆍKTㆍ포스코 등 국내 대표기업들의 EV/EBITDA가 모두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4배 이하로 떨어지는 등 지나치게 저평가된 상태에 이르렀다고 분석했다. EV/EBITDA가 4배라는 것은 기업의 가치가 1년동안 이자나 세금 등을 지출하기 전에 벌어들인 이익의 4배 정도라는 의미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1ㆍ4분기 8배 수준이던 EV/EBITDA가 최근 4배로 절반이나 줄었는데 이는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또 외환위기 때 100배까지 올랐던 주가수익비율(PER)이 현재 6배 이하로 주저앉았다. 즉 삼성전자의 주가가 외환위기 때 느꼈던 심리적 공황보다 더 저평가된 상황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얘기다.
김성노 동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현재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이 총체적 난국이었던 외환위기 때와 비슷하다는 것은 심각한 저평가 영역에 놓여 있는 동시에 디플레이션 가능성 등 모든 악재들을 다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에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단순히 주가의 밸류에이션이 외환위기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매수시점이 다가오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강현철 LG투자증권 연구원은 “단순한 밸류에이션 지표보다 트렌드가 어떠냐가 관건”이라며 “일반적으로 주가는 밸류에이션 지표가 높아질 때 같이 상승하는 경향이 있는데 지금은 밸류에이션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즉 EV/EBITDA나 PER 등 밸류에이션 지표가 반전 시그널을 보일 때까지 좀더 기다리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재용기자 jyle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