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직장서 기술력 축적 독립 밑거름/해외박람회 누벼 잇따라 수출계약/연평균 매출 60%증가… 올 수출 1,000만불 목표『제 삶의 테마는 라이터입니다. 지금까지 동고동락을 같이 해 온 라이터야 말로 제 삶의 전부입니다』
(주)톱산업 이정호 사장(50)은 라이터에 대한 집착이 각별한 것으로 업계에서도 유명하다. 대학 졸업과 함께 라이터업계에 뛰어든 이후 26년동안 단 한번도 라이터업계를 떠난 적이 없다.
지난 83년 설립된 톱산업은 라이터를 조립 생산해 유럽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 전량 수출하는 업체로 국내보다는 해외에 더 잘 알려져 있다.
지난 71년 건국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한 그는 첫 직장을 일본 라이터업체로 선택함으로써 라이터와 첫인연을 맺었다.
당시 국내 유일의 라이터업체였던 (주)명성이 수출을 시작한다는 소식을 접한 이사장은 외국인을 위해 일하는 것보다 국내업체에서 일하는 것이 유익할 것이라는 판단이 들어 직장을 옮기기로 결심했다.
『제가 남들에게 라이터 전문가로 보여질 수 있는 것도 그때 명성에서 근무한 10여년간의 세월이 밑거름이 된 것입니다』. 이사장은 당시 철야근무를 밥먹듯이 하면서 라이터와 씨름했던 시절이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되뇌인다.
10년 가까이 명성에서 고급인력으로 인정받아온 이사장은 안정된 직장생활을 권하는 동료와 가족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마침내 독립의 결심을 굳히게 된다.
국내 라이터가 해외로부터 점차 각광을 받기 시작했고 이사장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한 외국바이어들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독자살림을 꾸려도 충분한 승산이 있다는 자신감이 붙은 것이다.
그는 지난 83년 인천 도화동에 80평 규모의 자가공장을 건립한다.
이사장은 제품력으로 해외수출만이 살 길이라고 판단하고 미국의 콜리브리사 영국의 론손사 독일의 한스트로반사 등 세계 굴지의 라이터업체들과 잇달아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이사장은 미국이건 영국이건 박람회가 열리는 곳이라면 자신이 직접 만든 라이터를 들고 뛰어 다녔다. 그리고 바이어들에게 입이 닳도록 제품의 강점과 특징을 설명했다. 발로 뛰는 만큼 주문도 늘어 났다.
이제는 미국의 유명 담배회사인 말보로사가 판촉물 라이터를 주문해 오고 있을 만큼 품질력을 인정받고 있어 해마다 연간 매출액이 60%이상 늘어나는 등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94년 2백70만달러였던 수출액은 ▲95년 4백80만달러 ▲96년 6백20만달러로 증가했다.
톱산업의 이러한 수출신장세는 지난 94년 라이터공장을 러시아 모스코바로 이전해 현지화를 꾀한 이사장의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국내생산의 경우 물류비와 인건비가 높다는 것이 큰 부담이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모스코바 현지화전략을 과감히 선택했습니다』
그러나 이사장은 지금부터가 새로운 출발이라고 강조한다. 현재 폴란드 현지업체와 합작계약을 체결해 마린스(주)라는 조립공장을 건립중에 있기 때문이다. 제2의 현지화를 꾀하고 있는 셈이다.
오는 7월부터 본격 생산라인이 가동되면 신규시장인 체코 우크라이나 헝가리 등 동구권을 집중 공략해 올해 수출액을 1천만달러까지 늘린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동구권은 처녀진출인 만큼「마린」이란 고유브랜드를 도입해 브랜드 이미지제고에도 힘쓸 작정입니다』
매일 아침 새벽 3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바이어들과 전화상담을 하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이사장의 꿈은 중국에 빼앗긴 라이터시장을 자신의 손으로 되찾는 것이다.<서정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