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우리는 물에 관한 한 신의 은총을 많이 받아온 민족이다. 크고 작은 계곡이나 강마다 명경지수가 넘쳐 흐르는 천혜를 누릴 수 있었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를 은혜로 깨닫기보다는 도리어 물을 부정적 존재로 비하함을 서슴지 않았다. 낙오자를 물먹은 사람으로 비유했는가 하면, 「물쓰듯」이라는 표현을 통하여 물을 낭비의 대상으로 여기기도 하였다.도덕경에는 「상선약수」라는 말이 있다. 「가장 훌륭한 것은 물처럼 흐르는 것」이라는 일컬음이다. 이미 기원전 6세기에 물과 같이 사는 생이 가장 바람직한 삶의 자세임을 설파한 노자의 혜안이 경탄스럽기만 하다.
사실 물의 실체를 음미해보면 적지않은 깨달음이 얻어진다. 물은 우선 만물을 이롭게 하는 섬김의 역할을 수행한다. 물없이는 모든 생명체가 존재할 수 없다. 사람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더구나 인체 그 자체도 약 70%정도가 물로 구성되어 있다. 히브리성서에서 물을 생명의 근원으로 비유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또한 물이 더러움을 씻어낸다 함은 상대의 허물을 감싸고 부족한 것을 채워줌을 뜻하고, 스스로 기꺼이 더러움을 감수한다 함은 어려움과 고통을 안고서 세상을 정화해 간다는 뜻일 것이다.
그렇지만 물이 주는 가르침의 백미는 단연 물의 「자기 낮춤」에 있지않나 싶다. 물은 자기에게서 도움받은 상대와 겨루거나 다투지 않는다. 아름다운 장미꽃을 피워내지만 장미의 아름다움에 대한 세인의 칭송을 놓고 자기의 공로를 인정받으려 하지도 않고 군림하려 하지도 않는다.
새해부터 신용보증기금은 격변하는 경영환경에 걸맞게 보증제도를 전면개편하였다. 제로베이스에서 각종 보증평가방법과 업무절차를 재설계하였다. 형식요건의 심사기준을 모두 폐지하고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실상과 경영여건에 맞는 실질적인 보증제도의 신패러다임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다.
연초부터 시행에 들어간 개편제도의 새 그릇에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고있는 중소기업의 금융접근을 좀 더 쉽게 하고 새로 태어난다는 마음으로 중소기업을 섬기며 이들의 부족한 신용력을 기꺼이 채우는 달라진 기금의 모습과 각오를 담고자 하였다.
앞으로 기금은 물처럼 자기낮춤의 자세와 친절봉사로 부하된 경제사회적 역할을 다하여 우리나라 중소기업을 건강하게 살찌우는 진정한 보증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보증약수」의 정신으로 정진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