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날씨는 정말 이상하다. 장마가 끝난 후 더 많은 양의 비가 내렸다. 천둥번개를 동반한 장대비를 퍼붓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햇볕이 쨍해지는 변덕스런 날씨는 동남아지역의 스콜(Squall)을 연상시킬 만했다. 하루 333㎜의 비가 내리면서 68명의 사망자를 냈던 지난 98년 여름 이후 게릴라성 폭우는 지난 10년 동안 해마다 그 위력을 키워왔다. 6~8월을 통칭해 ‘우기(雨期)’라는 개념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기상 전문가들은 ‘8월 장마’ 원인을 한 마디로 못 박을 수는 없지만 지구온난화에 따른 아열대화추세에 가장 큰 혐의를 두고 있다. 장마는 원래 동남아시아에 부는 계절풍(Monsoon)의 일부로 대륙과 해양의 열적 특성차이 때문에 발생한다. 그런데 온난화 현상으로 땅과 바다의 온도가 높아지고 이 때문에 수증기의 양이 늘어나면서 대기 흐름이 불안정해졌다는 것이다. 수증기가 태양의 복사열을 막아 비가 내리는데도 열대야 현상은 더욱 늘었으니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이 같은 기후 변화의 위기에 대처할 만한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 미국은 연간 20억달러가 넘는 기후변화 과학 프로그램을 운용, 환경 시스템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얼마 전 미국의 로렌스버클리 국립연구소(LBNL)를 방문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이기도 한 스티븐 추 소장과 환담을 나눴다. LBNL은 현재 ‘헬리오스’(Helios)란 이름의 장기 국가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라고 했다. 무한한 태양에너지를 어떻게 화학에너지로 변환시켜 인류의 에너지 고갈과 환경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하는 것이 그 핵심이다.
그러나 이제 환경과 에너지 문제는 선진국들이 해결책을 내놓으면 뒤늦게 그에 보조를 맞추는 식의 수동적 자세로는 해결하기 어려워졌다. 갑자기 치고 빠지는 게릴라 전투는 전쟁 상황에서만 공포의 대상이지만 게릴라성 폭우로 대변되는 지구온난화는 전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는 인류가 처한 공통의 위기임과 동시에 미래 시장을 좌우할 성장 동력이기도 하다.
이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우리 경제를 살리고 지구도 살릴 수 있다. 과학기술부와 산업자원부를 중심으로 신·재생에너지 연구 개발이 추진되고는 있으나 아직은 미흡하다. 다양한 대체에너지를 개발, 에너지 의존도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않으면 지속적인 성장은커녕 생존마저 불투명해질 수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국가적 차원의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