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격적인 금리인하로 한국은행의 금리인하가 공감대를 넘어 기정사실화되면서 23일 시중금리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날 시장에서 그동안 금리인하 ‘가능성 타진’을 제기했던 마켓플레이어들이 ‘확신’ 모드로 변모해 일제히 채권 매수에 뛰어들었다.
이날 국고채 3년물 수익률은 전일보다 0.25%포인트 내린 5.05%, 지표금리인 국고채 5년물은 0.20%포인트 하락한 5.16%를 기록했다. 주택담보대출 기준금리인 양도성예금증서(CD) 91일물 금리도 5.82%로 0.04%포인트 내렸다.
특히 이날 금리 폭락세는 급락장을 주도했던 외국인이 한 템포 쉬어간 반면 단기급락에 부담을 느끼며 관망세를 취해왔던 기관들이 순매수에 나선 점이 특징이다. 지난 연말 금리 급등시 손절매에 나서는 등 채권을 많이 팔아왔던 기관들은 더 이상 기다리다간 채권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수익 내기도 어렵다고 판단, 과감한 베팅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그 결과 국채선물시장에서 증권이 1,497계약을, 은행이 354계약을 순매수한 덕분에 국채선물은 전일 대비 78틱 급등한 107.95로 장을 마쳤다. 연일 순매수 행진을 거듭했던 외국인은 37계약을 순매도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내외금리차가 확대돼 외국인의 재정거래 채권 매수가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고, 경기 불확실성도 증폭되고 있으며, 은행권의 유동성 문제도 개선되고 있어 추가 금리하락에 무게를 싣고 있다. 신동준 삼성투신운용 채권운용본부 선임연구원은 “2~3주 전부터 시장에 반영된 한은의 금리인하 기대감이 미국의 금리인하로 확신에 가깝게 바뀌며 채권 매수를 부채질했다”며 “아직도 추가 금리하락 여지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한편 CD 금리도 급락하며 5.8%대 초반까지 떨어져 단기금리인 CD 금리 역시 본격적인 하락세로 접어들 전망이다. 이날 일중 낙폭(0.04%포인트)은 지난 2005년 10월13일(0.05%포인트) 이후 최대 폭이며 금리인하 기대감과 은행들의 유동성 개선 등에 힘입어 5% 중반대까지 하락속도가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