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정상화 수주일 필요" 최악땐 수천억 피해

3분기 실적개선도 급제동 우려…세계시장서 낸드값 10%상승 가능성


‘삼성전자 왜 이러나.’ 올 들어 실적부진의 늪에 빠져 ‘삼성그룹 위기론’을 불러 일으킨 삼성전자가 설상가상으로 정전사고까지 입어 최악의 경우 수천억원대의 손실을 입을 전망이다. 특히 최첨단공장으로 정평이 나 있는 기흥 반도체공장이 정전으로 가동이 중단된 사실 자체가 ‘관리의 삼성’으로 불려온 삼성 시스템에 큰 구멍이 뚫려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낳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손실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윤종용 부회장과 황창규 반도체 총괄 사장 등 경영진이 현장으로 총출동, 라인 복구를 서두르고 있다. 아울러 리히터 규모 6.0의 지진에도 끄덕 없다는 최첨단 공장에서 왜 이런 사고가 났는지 정밀검사도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고가 하반기 D램 가격 안정세와 낸드플래시 수요 증가로 본격적인 실적회복이 기대되던 삼성전자에 큰 타격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낸드플래시의 경우 아이폰 출시 등으로 공급이 달리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자칫 3ㆍ4분기 실적개선에도 급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또 삼성전자 내부적으로는 실적악화를 이유로 지난 7월 갑작스런 고위임원 인사와 대규모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문책인사까지 겹칠 경우 가뜩이나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피해 규모는 예측불허=이번 사고에 따른 피해 규모는 정상가동이 얼마나 빨리 이뤄지느냐에 달려 있다. 만약 반도체장비까지 피해를 입었다면 완전 정상가동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선 생산라인에 걸려 있는 웨이퍼들은 전량 폐기 처분이 불가피하다. 대략 6개 라인에 하루 평균 3만~4만장의 웨이퍼가 투입되고 웨이퍼당 가격을 약 400만원으로 산정하면 160억원가량의 손실이 생긴 셈이다. 문제는 전력을 다시 공급하더라도 반도체 생산은 적정 온도와 습도 등 최적 상태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생산라인을 완전히 복구해 최고의 수율을 얻으려면 한달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반도체라인 특성상 정전으로 공기제어장치와 제조장비가 멈췄다면 다시 정상화시키는 데 수주일이 필요할 것”이라며 수천억원의 손실이 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김지수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최악의 경우 1달간 낸드 라인이 설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3ㆍ4분기 낸드 예상매출 1조8,000억원 중 7,000억원 정도가 날아간다”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이날 오후6시께 “수시간 내에 전력이 복구될 것”이라며 피해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대형 사고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정전이 됐지만 무동력전원장치가 가동돼 핵심설비의 30~40%에 전력이 공급됐다”며 “전력이 복구된 뒤 하루가량이면 정상가동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최악의 경우 하루 더 걸릴 수 있다”면서도 “라인에 투입된 웨이퍼가 얼마나 피해를 입었는지, 장비들의 상태가 어떤지는 조사를 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정확한 피해 규모와 정상가동 시점은 좀더 시간이 걸려야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세계 반도체시장 요동 치나=세계 1위의 메모리반도체업체인 삼성전자의 생산라인 스톱은 세계 반도체시장에 한바탕 격량을 몰고올 전망이다. 특히 이번에 피해를 입은 생산라인 7ㆍ8ㆍ9ㆍ14는 삼성전자의 전체 낸드 플래시 물량 가운데 8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증권가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면 10%의 낸드 가격 상승이 초래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날 정전소식이 전해지면서 낸드 가격은 오름세로 급반등 하는 등 즉각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낸드플래시 가격은 오전까지 보합세에 머물렀다가 오후에 강세로 돌아섰다. 보합세를 보이던 낸드플래시 가격은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생산라인 중단사태가 알려진 직후인 오후2시30분께부터 일제히 올랐다. 낸드플래시 16Gb SLC은 27.96달러로 0.98%, 8Gb SLC와 4G SLC도 각각 6.31%, 1.88% 상승했다. 물론 하이닉스반도체 등 경쟁사의 주가는 반사이익을 기대한 매수세가 몰리면서 오름세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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