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은행문턱 낮아진다
대기업 여신은 작년수준 유지…돈빌리기 어려워
대기업들은 올해도 은행 돈을 빌리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반면 우량 중견ㆍ중소기업에게는 올해 은행 문턱이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7일 금융계에 따르면 많은 시중은행들은 올해 대기업 여신은 지난해 수준을 유지하거나 약간 줄이기로 했으며, 중소기업과 개인 여신은 20~30% 정도 늘리기로 했다.
은행들이 이처럼 올해 대기업 여신을 늘리지 않고 중소기업과 개인에 치중하는 것은 부실 여신의 위험을 피하고, 자산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한미은행은 올해 중소기업 여신을 1조3,600억원(23%), 개인 여신은 5,200억원(19.4%) 늘리기로 했다. 그러나 대기업 여신은 지난해보다 99억원(-0.46%) 줄이기로 했다.
국민은행은 올해 대기업 여신을 지난해 수준(9조8,847억원)으로 유지키로 했다. 대신 중소기업 여신은 지난해보다 4조원 늘리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20.4% 늘어난 것으로 전체 규모는 23조5,250원으로 늘어난다. 개인 여신도 지난해보다 3조원 늘리기로 했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올해 대기업 여신은 지난해 수준을 유지하거나 약간 줄이는 대신 대신 중소기업 여신을 크게 늘릴 방침이다.
하나은행의 관계자는 "지난해 대기업 여신은 5조2,588억원으로 올해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중소기업과 가계 여신은 올해보다 각각 30%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흥은행도 대기업 여신은 지난해 수준을 유지하는 대신 중소기업 여신을 30% 늘리기로 했다.
한빛은행 관계자도 "아직 올해 계획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대기업 여신 비중을 줄이고 중소기업 비중을 늘린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동아건설과 대우자동차 부도 등으로 대기업 여신은 위험하다는 생각이 많이 퍼졌다"며 "은행들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중소기업과 개인 여신에 치중해 수익과 BIS비율 등을 높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은행들이 여신 운용을 중소기업 위주로 가져감에 따라 대기업들은 올해 더욱 은행돈을 구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 여신을 지난해 수준으로 유지한다고 하지만 만기 채무는 돌려받고 신규 여신은 줄여 지난해보다 여신 규모를 다소 줄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금 흐름이 좋은 중소기업들은 지난해보다 더 돈을 구하기 쉬울 것으로 보이며 우량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치열한 대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과 개인을 대상으로 한 여신 금리도 다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상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