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자동차그룹(SAIC)이 쌍용차에 대한 친정체제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장쯔웨이 SAIC 부총재가 쌍용차의 각자 대표이사로 선임된 데 이어 최근 기획.재무 등 핵심 부서 지휘부에 SAIC측 인사들을 투입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는 지난 7일 SAIC측 인사 5명을 부사장(3명)과 상무(2명)로 영입하는 임원 인사를 지난 1일자로 소급 단행했다.
SAIC측 부사장 3명 중 2명은 각각 기획.재무총괄본부와 관리.구매총괄본부의 부본부장으로, 나머지 1명은 경영관리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됐다.
또 상무 2명에게는 종합기술연구소 소장 보좌역과 이사회 및 경영관리위원회 업무 관장 역할이 맡겨졌다.
쌍용차는 원래 소진관 대표이사 사장 아래로 한국인 부사장 5명이 기획.재무,관리.구매, 생산, 영업 등 4개 총괄본부 본부장과 종합기술연구소 소장을 맡는 체제로 가동돼 왔다.
그런데 4개 총괄본부 가운데 회사의 중장기 프로젝트, 부서간 업무조정, 자금운용, 인사, 구매 등을 맡는 핵심 2개 총괄본부에 SAIC측 부사장이 부본부장으로 투입된 것이다.
표면적인 명분은 쌍용차의 글로벌기업 도약을 적극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나 실제로는 SAIC측이 쌍용차의 핵심 기능을 직접 통제하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피인수 기업인 쌍용차 출신 본부장이 직급도 부사장으로 똑같은 모기업 파견 부본부장을 지휘 통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쌍용차의 R&D(연구.개발) 중추라 할 수 있는 종합기술연구소에 SAIC측 상무가소장 보좌역으로 들어간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SAIC이 쌍용차를 인수할 때부터 국내 자동차업계에서는 쌍용차의 축적된 자동차생산기술이 중국에 유출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었다.
SAIC이 쌍용차를 인수한 이후 사실상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부상한 경영관리위원회의 주도권도 이번 인사를 계기로 확실히 SAIC측에 넘어갔다.
경영관리위는 소진관 대표이사 사장과 장쯔웨이 대표이사 아래 5인 위원회로 구성돼 있는데 SAIC측 부사장이 위원으로 추가 투입됨으로써 SAIC측이 과반을 점유하게 됐다.
또 이사회 및 경영관리위 담당 상무로 임명된 SAIC측 여성 임원은 장쯔웨이 부총재의 통역을 맡고 있는 핵심 측근이어서 장쯔웨이 부총재의 업무 장악력이 훨씬더 강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쌍용차 관계자는 "회사의 글로벌 기업 도약을 적극 지원하고 SAIC과의 업무 조정을 원활히 하기 위해 중국인 임원들이 들어온 것으로 안다"면서 "내달중 발표될 중장기 발전 전략을 보면 쌍용차가 어떤 방향으로 나갈 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한기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