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적도에 위치한 싱가포르에서 근무하고 돌아온 직원에게서 계절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곳에도 2계절이 있다고. 즉 「더운 계절」과 「아주 더운 계절」(4∼7월)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재미로 만든 얘기다. 사시사철 여름속에서 3∼4년을 살고 오면 그야말로 여름을 12번 내지 16번을 계속해서 살았던 셈이다.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우리나라가 얼마나 살기 좋은 나라인지를 알 수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분명한 곳에서 산다는 것은 행복이다. 봄에는 새싹이 나고 여름에는 무성해지며 가을에는 열매맺고 겨울에는 새봄을 위해 모든 것을 정리하는, 어떻게 보면 우리네 인생이 그렇고, 이것이 우주의 천리가 아닌가 한다.
그래서 옛부터 중국에서는 이 4계절이 천도의 네가지 원리로서 사물의 근본이나 도리를 뜻했던 것이다. 이 도리를 다른 말로는 인·예·의·지로 표시하며 사덕이라고 부른다.
이 원형이정을 하루에 대입하여 보면 아침·낮·저녁·밤이 될 수 있어서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그속에 답이 있다고 본다.
또한 이를 인생에 대입해보면 태어나서 20세까지를 인생의 봄인 원, 20세에서 40세를 여름인 형, 40세에서 60세까지를 가을인 이, 60세에서 80세를 겨울인 정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자기가 지금 어느철에 속해 있는지 생각해보고 거기에 알맞게 사는 것이 무리도 없고 남에게도 좋게 보일 것이다.
많은 경제적 풍요를 누리고 있는 요즈음의 우리사회는 이와 반비례하여 사회의 기초질서가 어지러워지고 도덕적으로도 황폐해가지 않나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업화를 추진한 지 불과 30여년만에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를 이룩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라는 「선진국 클럽」에 가입하게 된 점은 정말로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사람들이 인간의 도리를 다하지 못하고 서로 시기하고 더불어 사는 지혜가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조상때부터 자랑해온 「동방례의지국」을 되찾고 국제사회에서도 아무런 부끄러움이 없게 될 때 그야말로 「선진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앞에서 말한 네가지 우리 고유의 덕목을 기초로 원형이정대로 사는 것이 또한 21세기에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지름길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