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대표 공약인 한반도 운하 구상 추진 여부를 두고 당내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이 후보의 운하 공약은 당초 저돌적이고 성과를 중시하는 이 후보의 스타일과 맞물리면서 긍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최대 이슈로 부각됐다. 하지만 당 경선에서 박근혜ㆍ홍준표 후보 등이 경제효과나 식수원 오염 등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면서 일부 약점이 드러났다.
때문에 한나라당 차원에서는 운하 구상을 대폭 손질하려는 기류가 감지된다. 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8일 “한반도 운하 구상의 명칭을 바꾸고 이 후보의 공약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운하 공약을 후순위로 빼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 작업은 이 후보의 정책 공약을 총괄ㆍ정리하는 당내 일류국가비전위가 주축이 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선 후보의 정책을 다듬는 또 다른 축인 당 정책위도 어떤 형태로든 운하 구상을 수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 후보의 측근 그룹은 운하 공약을 밀어붙일 태세다. 정두언 대선준비팀장은 “이 후보의 최대 강점은 청계천 복원처럼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는 인물이라는 점”이라며 한반도 운하 구상에 변화가 없을 것임을 강조했다. 이재오 최고위원도 추석 연휴 때 운하 건설 예정지를 둘러보며 “한반도 운하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권을 두고 일부 갈등을 벌였던 이 후보의 측근들과 당료들이 운하 공약을 두고 충돌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최고위원과 이한구 정책위의장이 운하 추진 여부를 두고 고성을 주고받았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이 자리에서 이 의장은 전문가 토론 및 소속 의원들에 대한 설명회를 거치는 등 신중하게 한반도 운하 공약의 추진 강도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이 최고위원은 대선 때까지 시간이 촉박한 만큼 대운하 공약 홍보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이 후보는 “국민적 동의를 얻어 운하 건설을 추진할 것”이라며 다소 모호한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당내 파열음이 지속되면 이 후보에게도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