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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는 모바일 시대에도 이전과 같은 경쟁력을 이어갈 수 있을까. 국내 최대 인터넷 포털 네이버를 앞세워 승승장구해온 NHN에게 모바일은 여전히 물음표다. PC 생태계의 중심이던 네이버 앞에 모바일 시대의 개막으로 새로운 경쟁자 카카오톡이 등장하면서 자칫 주도권을 내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지난 2월 모바일 서비스를 전담하는 캠프모바일과 라인플러스를 새로 분사한 것도 이 같은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다.
경기 성남 분당사옥에서 만난 한성숙(사진)NHN 네이버서비스1본부장은 "다양한 모바일 플랫폼이 등장하면 결국 누가 이용자의 시간을 점유하느냐가 승패를 결정짓는다"며 "네이버는'돈 안 되는 서비스'도 마다하지 않고 다양한 사용자를 끌어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바일에서 콘텐츠를 소화하기 좋은 형태로 가공하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라며 "다양한 콘텐츠 사업자와의 상생을 통해 모바일 시대의 돌파구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모바일 조직을 떼어낸 네이버는 이제 콘텐츠 영역을 무한 확장하고 있다. 네이버 안에서 제공하는 '어학사전'과 '뮤지엄', '문화원형백과', '쥬니버', '웹소설' 등이 대표적인 콘텐츠다. 당장 직접적인 매출로 이어지지는 않더라도 이른바 검색 서비스 본연의 가치를 높이려면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네이버는 최근 어학사전에 몽골어와 인도네시아어를 새로 추가했다. 앞서 선보인 베트남어, 러시아어까지 더하면 지원하는 언어는 13개어에 달한다.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 노동자나 결혼이민자 사이에서 반응이 뜨겁다. 함께 선보인 모바일 영어단어장 역시 중고교생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한 본부장은 "인천공항의 출입국 현황을 보니 어떤 사전을 먼저 만들어야 할지 우선순위가 나왔다"며 "여전히 보강해야 될 내용이 많지만 해외 유학생들이 잘 쓰고 있다는 반응을 보내올 때가 가장 뿌듯하다"고 말했다.
반면 올해 초 웹툰에 이어 새롭게 선보인 인터넷 소설 서비스 웹소설는 화제와 논란을 동시에 낳았다. 서비스 출시에 맞춰 진행한 '네이버 웹소설 공모전'에는 모두 1만6,098건의 작품이 몰리며 큰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네이버가 소설시장까지 진출하면 기존 전문업체와 중소 출판사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한 본부장은 "웹소설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주류 시장에 진입하지 못했던 판타지, 무협, 로맨스 등 장르소설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며 "정기적으로 신춘문예를 개최하고 작가들에게 일정 수준의 원고료를 지급해 안정적인 창작 활동을 돕겠다"고 설명했다.
카카오톡에 모바일시장의 주도권을 빼앗긴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한 본부장은 "네이버뿐만 아니라 방송가에서도 TV의 위기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모든 미디어가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국내 이용자들이 모바일기기로 네이버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하는 비중은 55%에 불과하지만 카카오톡은 95%를 웃돈다.
한 본부장은 "내부적으로는 올해 분사한 캠프모바일을 경쟁사라고 지칭할 정도로 모바일이 가장 중요한 시장이 됐다"며 "좋은 콘텐츠는 플랫폼에 상관 없이 이용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밖에 없는 만큼 참신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보강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콘텐츠 사업자와의 상생의 폭을 넓혀 네이버가 잘할 수 없는 분야라고 판단되면 이제는 다른 사업자에게 양보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와함께 지난해 대통령 선거기간 일었던 실시간 검색어 조작 논란에 대해서도 다각적인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네이버는 이용자가 직접 입력하는 검색어만 집계하기 때문에 다른 포털과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실시간 검색어의 객관성을 위해 이용자들의 요청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