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답부터 말하겠다. 기업의 성공을 이끌고 싶은가. 그렇다면'단순·반복'이'최고의 전략'이다. 투자분석가, 경영전문가들 대다수가'혁신(reinvention)'을 귀따갑게 외치는 지금, 책은 이것과는 정반대의 흔치 않은 메시지를 던진다. 새로운 것을 자꾸 벌이려고 하기보다 조직의 내부로 시선을 돌려 자사가 과거에 성공했던 방식을 반복·재현하라는 말이다.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 베인&컴퍼니에서 20년 넘게 컨설팅 업무를 해 온 두 저자는 기업이 어떻게 수익성 있는 성장을 하는지에 대해 연구했다. 수집한 데이터에 따르면 단순·집중·지속성을 갖고 변화의 기술을 숙달한 기업이 급격한 변화나 혁신 전략을 구사하는 기업보다 대부분 더 좋은 성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저자는 후자와 같은 전략이 초래하는 복잡성과 과거와의 단절이 성장을 가장 위협하는'소리 없는 살인마'라고 꼬집는다. 지속적인 내부 개선의 노력 없이 무조건적으로 눈을 밖으로 돌려 신 사업에 골몰하고 혁신에 집착하는 것은 결국 기업을'폭식과 구토의 악순환'으로 몰고 가 비즈니스의 핵심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잘 나가는 기업이 한 순간에 망한 이유는 급작스런 혁신의 물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저자는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던 기업이 쇠락하는 과정을 살펴봤다. 그 결과 ▦조직 안에 경직성 ▦안일한 태도 ▦자만심 ▦기존 체제의 고착화 등으로 인해 쇠퇴의 길을 걷게 됨을 발견한다. 즉, 기업의 정체는 조직의 학습 능력이 저하됐기 때문이지 엄청난 변화를 미리 예측하고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에 관한 기업 사례로 130년 전통의 미국 카메라·필름 생산 기업'코닥'을 들고 있다. 코닥은 디지털 고객시장에서 패배했고, 1996년 80달러에 달했던 주가는 4달러 아래로 폭락했다. 그러나 코닥은 이미 고객 접근성, 브랜드, 렌즈 및 광학 기술, 유통채널 등 디지털 사업을 주도할 수 있는 자산과 강력한 플랫폼을 지니고 있었다. 저자는 코닥의 실패가 자산이나 자원 부족이 아닌 자신들이 일궈놓은 반복 가능한 성공 모델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라 꼬집는다. 코닥은 혁신 조급증에 빠져 잦은 CEO 교체만 단행했을 뿐, 실패의 원인을 내부에서 찾지 않고 조직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저자는 기업 성공의'최고 전략'이란 시대가 변할 때마다 등장하는 새로운 전략이 아닌, 거창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은'단순하게 반복되는'성공공식이라 정의한다. 저자가 말하는 반복 가능한 성공 공식은 불확실성(uncertainty)이 높은 오늘날 경영자들에게 큰 시사점을 안긴다. 지금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서 시장을 정확히 예측하고 이에 맞춰 대응 방안을 생각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에 저자는 신 사업에 진출할 때 파생되는 엄청난 리스크(위험)를 안고 가기 보다 그 역량을 반복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데 투자하라는 조언이다. 저자는 반복 가능한 성공 공식을 구축하기 위해 ▦핵심 사업의 차별화 ▦ '타협할 수 없는 가치'에 대한 분명한 정의 ▦선순환 시스템 구축을 꼽는다.
지속적인 성공은'어떤 시장을 선택하느냐'등 외부적 요인이 아닌'내부 조직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좌우된다는 게 책이 전하는 주된 메시지다. 시선을 마냥 외부로 향하기 보다 조직 내부의 곪아터진 부분을 찾아 개선하고 그간 쌓아온 강점과 자산을 재건해'단순·반복 가능한'성공 모델을 만드는 것이 변화의 시대 기업의 성공을 견인하는'최고의 전략'이란 말이다. 1만 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