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들어 일본은행들이 부실채권 처리 문제에 급급하고 있는 동안 세계 금융계는 거대화의 파고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따라서 일본 금융빅뱅 개혁안을 들여다 보면, 일본 금융계의 각오와 초조함을 함께 엿볼 수 있다. 국경이 없어지는 세계화시대에 이제 규모를 키우지 않으면 소멸한다는 생존진리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셈이다. 일본 금융재생위원회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현재의 그만 그만한 17개 시중은행 중 국제업무를 포함하는 주요은행은 4개면 충분하다』는 의견을 피력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이러한 슈퍼뱅크화 신드롬은 3가지의 큰 흐름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첫번째는 은행·증권·보험업무라는 기존 영역이 무시되는 이른바 「원스톱 금융」이다. 두번째는 국경을 초월하는 기업활동과 자금흐름을 상징하는 「글로벌화」이다. 마지막으로 이들 두가지 흐름을 더욱 가속시키고 있는 「네트워크화 혁명」의 조류다.
최근 일본 은행들간의 합병 러시도 결국 거대화의 국제적 흐름에 편승한 것이라 할 수 있는데, 문제는 그 전도가 장밋빛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과거 일본 금융기관들의 합병은 대부분 지연됐고, 국제금융시장에서도 일본 금융기관에 대한 불신이 아직 해소되지 않은 상태이다.
더욱이 일본 내에서도 최근 「윔블던 현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윔블던 현상이란 영국에서 개최하고 있는 윔블던 테니스대회처럼 막상 큰 잔치를 벌였지만 상금과 명예 등 실속은 모두 외국선수들에게 돌아가는 것을 말한다. 즉 자국의 금융빅뱅, 슈퍼뱅크화 등 계속되는 「큰 잔치」의 실제 수혜자는 과연 누구냐 하는 의문이다. 현재 일본과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은 우리로서도 한번 깊이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鄭在龍 성업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