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삼성생명 주식 청구 시효 지나"

삼성家 4조 상속소송 이건희 회장 승소
전자 주식은 상속재산으로 보기 어려워… 이맹희씨 측 "항소 검토"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유산을 두고 벌인 삼성가(家)의 유산 소송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측이 승리했다. 법원 측은 문제가 된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주식이 청구권을 주장할 수 있는 기간이 지났거나 상속재산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삼성 측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2부(서창원 부장판사)는 1일 이맹희 전 회장 등이 이건희 회장 등을 상대로 제기한 주식인도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전 회장 측이 이 회장을 상대로 낸 삼성생명 주식 17만7,732주에 대한 인도청구와 삼성에버랜드를 상대로 제기한 삼성생명 주식 21만6,054주에 대한 청구를 각하했다.

재판부는 "이 전 회장 측이 상속권 침해를 주장할 수 있는 시점은 선대회장 타계 전후"라며 "따라서 상속회복을 청구할 수 있는 제척기간 10년이 이미 지났다"고 각하 이유를 밝혔다. 이 전 회장 측은 상속권이 침해된 시점을 이 회장이 주식 명의를 변경한 2008년 12월이라고 주장해왔다. 각하는 제기된 소송이 형식적인 요건을 갖추지 못했을 때 법원이 내리는 결정이다.

재판부는 또 이 회장과 에버랜드가 갖고 있는 삼성생명 주식 2,687만7431주는 상속재산이 아니라고 봤고 이 회장이 받은 이익배당금 역시 상속재산이 아니라는 이유로 청구를 기각했다.

이 회장의 삼성전자 보통주 79만8,191주와 우선주 4,403주, 이 회장의 이익배당금과 주식매도 대금 3,051억원 등에 대한 청구에 대해서는 '상속재산과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기각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증거로 제출된 주주명부상 차명주주 68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은 상속재산으로 보기 어렵다"며 "만일 상속재산이라고 해도 상속개시 직후 주식과 2008년께 이 회장이 보유한 주식을 같은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일단 이날 재판에서는 이 회장 측이 승리했지만 앞으로도 법적 공방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전 회장 측의 대리인 중 한 명인 법무법인 화우의 차동언 변호사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판결"이라며 "의뢰인과 상의해 항소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승소한 이 회장 측 대리인인 법무법인 세종의 윤재윤 변호사는 "사실관계ㆍ법리 여러모로 보나 합당한 판결"이라며 "당연히 승소를 예상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이날 재판부는 선고에 앞서 "선대회장 유지 중 일가가 화합해서 살아가라는 뜻도 있었을 것"이라며 "모두 화합해 함께하기를 바라면서 판결을 선고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 2월 이 전 회장은 '선친이 생전에 제3자 명의로 신탁한 재산을 이 회장이 다른 상속인에게 알리지 않고 단독 명의로 변경했다'며 소송을 냈다. 이후 선대회장 차녀 이숙희씨와 차남 고(故) 이창희씨 유족도 합류하면서 청구금액은 4조849억원에 달하는 '매머드급' 소송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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