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품은 타이밍의 미학

“배팅은 타이밍이다. 피칭은 타자의 타이밍을 뒤흔드는 것이다” 미국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워런 스팬의 말이다. 애틀란타 브레이스의 전신인 보스턴 밀워키 브레이브스에서 주로 뛰었던 스팬은 지난 42년에 데뷔, 65년 은퇴할 때까지 개인통산 363승을 거둔 명투수다. 그런 그도 타자를 압도하는 강속구보다는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지능적인 투구를 최고로 꼽았다. 투구의 미학은 수(手)싸움에서 나온다는 말이다. 요즘 식음료업계의 최대 과제이자 숙명인 신제품 개발과 관련해서도 이 같은 수싸움이 통한다. 신제품 하나로 어렵던 회사가 하루아침에 일어나는 경우가 다반사인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물론 신제품 개발에는 기술, 노력, 자금, 시간이 소요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타이밍을 맞추는 것이다. 특히 경쟁사보다 먼저 출시해야겠다는 욕심에 시장이 무르익기 전에 신제품을 출시했다가 그 제품시장이 4~10년 후에 형성되는 경우 오히려 후발주자에게 시장을 선점 당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때문에 신제품은 출시시기를 예측해 시장이 형성될 때 내 놓는 이른바 `타이밍의 미학` 이라고 한다. 먼저 “시장을 예측하지 못하고 먼저 출시하면 망한다”는 교훈의 사례를 살펴본다. 최근 한국야쿠르트가 내놓아 인기를 모은 순면클로렐라 라면은 사실 80년대 초 야쿠르트의 라면사업 기념 작품이었으나 그 당시 건강에 관심이 없고 오직 싼 가격이 경쟁력을 좌우하던 시절 탓에 판매에 실패한 제품이었다. 빙그레도 지난 86년 물 좋은 충북 증평에 생수공장을 세워 `산수`라는 브랜드로 생수시장에 진입했다. 그러나 그 당시 돈 주고 물을 사먹는 `어처구니`없는 일에 익숙치 않은 소비자에게 외면당하고 90년에 생수공장을 접었다. 또 지난 96년 `레몬워터`를 출시, 미과즙음료의 원조격인 해태음료도 남양유업의 `니어워터`와 원조싸움을 벌인 뒤 빠르게 `물의 꿈`을 출시했으나 롯데칠성의 `2% 부족할 때`에 밀려서 생산을 접은 케이스다. 하지만 한번 놓친 시장을 다시 잡은 끈질긴 노력이 돋보이는 역전의 용사도 있다. 오뚜기는 청보라면 시절의 `열라면`을 지난 97년 다시 출시해 현재 매운맛 라면시장에서 농심의 신라면에 이어 2위를 지키고 있다. 또 해태제과가 88년 출시한 무설탕껌 `노노껌` 도 지난 94년 `덴티큐`로 이름을 바꾸어 대박을 터트리는 쾌거를 올렸다. 농심도 닭다리 스낵을 `치킨스낵`이라고 이름을 바꿔 히트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동양제과도 `브로큰` 스낵을 `해머`라고 이름을 바꿔 성공 한 바 있다. 롯데제과의 `자일리톨껌`도 3년 만에 재출시해 월100억을 웃도는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결국 신제품의 개발도 중요하지만 시장의 도입기를 얼마나 정확하게 예측하는 출시 타이밍이 제품의 승패를 가늠하는 척도가 아닐까 쉽다. <양정록(생활산업부 차장) jry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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