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에 부장께서 산책을 제안했다. 부장은 산책에 앞서 “다들 바지입고 왔지”라며 복장 점검을 했다. 처음엔 도심속 빌딩 사이에 만들어진 작은 공원에 다녀오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며 산책을 나섰다. 우리 회사에서 많이 가봤자 그 정도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0분정도 갔을까. 성곽이 나타났다. 서울성곽이란다. 회사에서 조금 걸었을 뿐인데 사뭇 다른 모습의 장소가 나타났다. 처음 와본 장소였는데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알고보니 이 곳은 드라마 ‘옥탑방 왕세자’촬영지 이기도 했다.
종로구 송월동 일대인 이곳은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에서 내리면 쉽게 찾아갈 수 있다. 서울 성곽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기상청 송월동 별관을 만날 수 있다. 기상청 별관 건물은 하얀색 외벽에 긴 아치형 창문을 지니고 있다. 1933년 경성측후소로 세워졌다. 1998년 기상청이 신대방동 보라매공원 인근으로 이동했지만, 대부분의 기상 관측은 이곳에서 이뤄진다. 기온, 강수, 풍향, 습도뿐 아니라 첫눈, 개화시기, 황사까지도 측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별관 앞에는 단풍나무가 한 그루 있다. 드라마‘옥탑방 왕세자’에서 왕세자 이각과 박하가 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서울의 풍광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던 곳이다. 개인적으로 ‘옥탑방 왕세자’를 재미있게 봤었는데 그 장소가 여기라니 신기했다. 왕세자 이각과 박하의 로맨스가 펼쳐졌던 장소라는 사실을 산책하기 전에 미리 알았더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점심 시간, 도심 속에서 잠시 벗어나 문화와 역사가 함께하는 서울 성곽길을 산책해보자.
(사진=김효진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