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에 따른 복고 열풍으로 소비재 업계 전반에 걸쳐 중단됐거나 지지부진했던 브랜드의 재론칭이 활발하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옛 브랜드에 대한 향수를 느낄 수 있고 업체로서는 인지도를 갖춘 옛 브랜드를 정비해 론칭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패션브랜드들의 경우 브랜드만 남긴 채 최신 트렌드에 맞춰 대부분 콘셉트를 바꾸거나 카테고리를 확장해 재론칭에 나선다.
업계 관계자는 "새 브랜드를 론칭하면 브랜드를 알리는 데 드는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들어 재론칭을 고민하는 업체들이 꽤 있다"며 "대신 콘셉트나 라인에 완전히 변화를 줘 사실상 새로운 브랜드로 탄생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톰보이의 성공적인 재론칭을 경험한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이르면 상반기 코모도도 다시 론칭한다. 1986년 론칭한 고급 캐릭터캐주얼의 원조 이미지를 복원하면서 최신 트렌드에 맞춰 남성복 시장에서 확대일로에 있는 컨템포러리군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제일모직이 전개했던 '씬시아로울리'도 10년 만에 다시 태어난다. 20~30대를 타깃으로 한 미국 하이캐주얼이었던 씬시아로울리는 과거 의류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앞으로는 여성복 외에 제화, 핸드백, 잡화, 화장품, 침구, 가구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 선보일 계획이다.
에스콰이아의 이에프씨도 오는 2월 패션잡화 '에이드레스'를 재론칭해 잡화 열풍에 합류할 예정이다. 홍승완 디자이너와 손잡고 남성 피혁잡화로 론칭했던 에이드레스를 여성 비중을 60%까지 확대하는 등 유니섹스 토털잡화로 탈바꿈시키기로 했다. 이에프씨 관계자는 "지난달 말 안테나숍을 오픈했는데 반응이 좋다"며 "올해 단독매장을 최대 15개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애경은 2006년 메이크업 아티스트 조성아 씨와 손잡고 탄생시킨 '루나'를 재탄생시킨다. 당시 '조성아 루나'는 5년간 2,000억원 안팎의 누적 매출을 올리며 홈쇼핑 화장품 브랜드 매출 1위를 차지했던 '왕년의 브랜드'. 그러나 2011년 애경이 조성아 씨와 결별하면서 홈쇼핑 유통을 중단하는 등 신제품 개발 및 판매가 지지부진했다. 애경은 특정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 브랜드아이덴티티(BI)는 물론 제품까지 전면 리뉴얼해 오는 2월 재론칭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올리브영, 왓슨스 등 드럭스토어에 주력해 오프라인 유통망을 확대할 방침이다.
지난해 말부터 재론칭에 동참한 식품 브랜드는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지난해 10월 신라면 블랙을 재출시한 농심은 출시 두 달 만에 판매량 1,000만개,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다. 나트륨 함량을 줄이고 사골 맛을 보강하는등 소비자 요구를 적극 반영해 '대박'을 친 것.
롯데제과는 지난해 말 재론칭한 벨기에 초콜렛 '길리안'에 거는 기대가 크다. 그 동안 면세점과 백화점 위주로 판매처가 한정돼 매출이 미미했던 길리안의 유통망을 대형마트, 편의점, 슈퍼마켓 등으로 넓히면서 올해 20~30배 가량 늘어난 100억 원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무한 경쟁에서 성공의 관건은 소비자들의 취향을 읽는 것"이라며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품목 위주의 인기 제품으로 라인업을 재정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