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외국인 쌍끌이… 600선 넘본다

■ 코스닥 8개월만에 550선 돌파
기관 대형주·외국인은 장기 성장주 사들여
코스피와 커플링… 2분기도 강세 지속될 듯


코스닥지수가 연중 최고점을 돌파했다. 그동안 외국인 수급에 따라 코스피와 코스닥의 방향성이 엇갈렸지만 예전과 달리 외국인이 코스닥 주식도 사들이고 있어 일각에서는 600선 돌파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형님(코스피)이 부진할 때만 찾았던 아우(코스닥)가 더 이상 아니라는 얘기다. 600선 도전에 나선 코스닥시장은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매수가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초 이후 기관은 실적 턴어라운드가 기대되는 코스닥 대표주를, 외국인은 장기 성장성이 돋보이는 트렌드성 종목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2일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1.56%(8.57포인트) 오른 557.65포인트로 마감했다. 지난해 8월14일(550.87포인트) 이후 8개월 만에 코스닥지수가 550선을 회복한 것이다. 상승폭은 지난해 8월23일(11.55포인트) 이후 최대치였다. 이날 코스닥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2거래일 연속 쌍끌이 매수에 나섰다. 외국인은 575억원 순매수했고 기관 역시 472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개인은 933억원 순매도했다.

전문가들은 2·4분기에 코스피와 코스닥의 디커플링은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외국계 자금이 선진국에서 이머징마켓으로까지 시야를 확대하면서 2·4분기 한국 시장 자체 전망이 밝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그동안 코스피와 코스닥은 외국인의 움직임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지만 1·4분기 실적 시즌을 앞두고 이머징마켓에 대한 외국인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어 대형주가 오른다고 중소형주가 부진한 상황이 오지는 않을 것"이라며 "선진시장이 고평가돼 외국인들이 이머징마켓으로 시야를 확장하면서 대형주·중소형주 가리지 않고 사들이고 있어 코스피시장과 마찬가지로 코스닥시장도 강세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인도와 대만 증시가 지루한 박스권을 돌파하기 시작한 것이 이머징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는 증거이고 중국 역시 1·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부진하게 나오면서 정책부양 기대감이 생기고 있어 국내 코스닥시장에도 온기를 불어넣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스닥시장의 상승세에 힘을 보태고 있는 것은 기관과 외국인의 동반 매수다. 연초 이후 외국인은 장기 성장성이 보이는 트렌드성 종목들을, 기관은 실적 턴어라운드 종목들을 집중적으로 장바구니에 담으며 스타일은 다르지만 한마음으로 코스닥시장에 러브콜을 보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시장에서 외국인은 연초 이후 장기 성장성이 기대되는 게임·인터넷주, 엔터주, LED주, 바이오주 등을 집중 매수했다. 게임·인터넷주 가운데는 위메이드(112040) (9조4,201억원), 인터파크(035080)(5조5,791억원), 게임빌(2조5,600억원), 아프리카TV(2조1,471억원) 등을 선호했다. 엔터주 중에는 에스엠(041510)(7조3,033억원), 와이지엔터(1조5,062억원)를, LED주로는 루멘스(038060)(7조3,396억원)를, 바이오주로는 아이센스(099190)(4조3,120억원), 바이로메드(3조2,020억원), 오스템임플란트(2조5,929억원) 등을 사들였다. 아프리카TV의 경우 연초 이후 159.80%나 상승하기도 했다. 나머지 종목들도 대부분 10% 이상 상승했다.

기관은 실적 턴어라운드가 주목되는 코스닥시장 내 대형주에 주목했다. 기관이 연초 이후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인 CJ E&M(13조3,390억원)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2012년보다 50.1%나 급등했으며 최근에는 텐센트 자금을 유치해 실적전망에 청신호를 켰다. 기관이 8조2,293억원어치를 사들인 GS홈쇼핑도 모바일 취급액 증가에 따라 1·4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도 2·4분기 이후 실적 턴어라운드가 기대되는 서울반도체(046890)(4조1,534억원), 성광벤드(4조3,306억원), 차바이오앤(3조2,784억원), 다음(3조3,322억원) 등 대형 코스닥 종목 중심의 매수가 이어졌다.

중소형주 펀드를 운용하는 정재원 IBK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코스닥시장이 전반적으로 상승하기보다 눈에 띄는 종목들 위주로 상승세가 돋보이면서 지수 역시 반등하고 있다"면서 "외국인은 장기 성장성이 보이는 트렌드성 종목들에, 기관은 2·4분기 내 실적 턴어라운드가 기대되는 대형 종목들에 관심을 보이면서 다른 스타일로 코스닥시장에 접근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앞으로 움직임 역시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윤지호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이날 시황을 보면 코스닥시장 내에 테마주 등 주변주보다는 코스닥 대표종목들의 움직임이 좋았다"면서 "이는 점차적으로 코스닥 대표종목들을 중심으로 외국인과 기관의 정상적인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고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을 넘어서 전진한다고 보면 코스닥지수 역시 박스권을 뚫고 올라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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