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경화 일본에 극우 아베까지…

일본의 대표적 극우 정치인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자민당 총재에 선출됐다. 아베 총재는 총리 재임시절(2006년 9월~2007년 9월) 전쟁과 군대 보유를 금지한 일본 평화헌법 개정을 주도했다. 뿐만 아니라 "위안부는 날조됐다"는 망언을 서슴지 않은 시대착오적인 인물이다.

그의 부상은 일본 제1야당의 리더가 바뀌었다는 차원을 넘어서는 의미를 갖는다. 자민당은 정당 지지율에서 집권 민주당을 2배 차이로 앞서고 있어 이르면 연말 총선을 통해 집권이 유력시되고 있다. 그럴 경우 한일관계에 파란을 몰고 올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아베 총재는 당내 경선과정에서부터 극우 색채를 거리낌없이 드러내면서 이웃 국가들을 끊임없이 자극해왔다. 5년 전 총리 재임시절보다 더 노골적이다. 그는 경선에서 야스쿠니신사 참배와 집단자위권 도입에 더해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과거의 고노 담화를 수정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는 총리 시절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못한 것이 '통한(痛恨)'이 됐다고까지 말했다. 역사인식과 국제감각이 그 정도밖에 안 되는 인물이 유력한 차기 일본 총리로 대두한 걱정스러운 상황이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ㆍ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일본에서 군국주의 회귀 움직임까지 나타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일본 스스로 동북아에서 외교적 고립을 자초할 것이다. 일본 내부에서도 이런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아베 총재 선출을 계기로 일본의 우경화는 가속화할 것이 불문가지다. 자민당은 이미 4월 자위권 보유를 헌법에 명기하고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개칭하는 개헌 초안을 발표한 바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집권 민주당 역시 그런 분위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의 향후 정치일정은 시기적으로 우리나라 대선에 이은 새 정부 출범시기와 거의 맞물린다. 극단적 사고에 갇힌 극우 지도자가 일본을 이끌게 되면 내년 새 정부 출범 이후 한일관계는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다. 동북아 정세에도 긴장이 높아질 공산이 크다. 12월 대선에 나서는 우리나라 후보들은 이런 기류 속에서 미래의 한일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진지한 연구와 성찰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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