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산업 중에서도 `보수적`인 것으로 유명한 식품 사업도 급변하는 소비자 성향과 시장 여건에 직면하자 올들어 육중한 몸을 일으켜 세우기 시작했다.
“경기가 나빠도 먹고는 살아야 되지 않겠냐”는 업계 관계자들의 말처럼 계속되는 불황에도 식품산업은 큰 타격 없이, 예년과 비슷한 성장세를 유지하며 2003년을 마감하고 있다.
경기가 나쁘면 더 잘 팔린다는 라면 시장은 전년대비 6.8% 성장해 시장 규모가 1조4,000억원에 육박했고, 유업계 역시 전년대비 2~5% 가량의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업체별로 기능성 흰 우유와 검은콩을 비롯한 가공우유가 인기를 모으고, 원유 생산 조절로 재고량을 꾸준히 줄인 결과, 지난해 심각한 재고 문제에 직면했던 유업계는 올 하반기 이후 어느정도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제과업계도 게속되는 품질 고급화에 힘입어 7~8% 가량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파리크라상과 크라운베이커리 등 프랜차이즈 4사는 특히 올해 몸집을 크게 부풀려, 매출이 전년대비 20% 가량 늘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매출 실적과는 별도로, 올해 식품업계의 크고 작은 지각변동과 안팎으로 불어 오는 변화의 바람을 마주하며 커다란 전환점을 맞이한 것도 사실이다.
우선 지난 4월 빙그레가 만성 적자를 내던 라면사업에서 손을 떼면서 기존 라면업계의 5자 구도에 종지부를 찍었다. 다만 농심이 70% 이상의 시장을 차지한 과점 구도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원재료 부문에서는 신동방이 CJ 컨소시엄으로 인수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신동방의 대표 제품인 `해표식용유`는 CJ의 직접 인수 대상에서 제외될 예정이지만, 기존의 방대한 사업분야에 더해 이번에 신동방의 전분당 사업부문을 끌어안을 경우 CJ는 사실상 모든 원자재 사업 분야 진출에 성공함으로써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03년은 또 각 업체들의 사업 다변화 움직임이 어느 때보다도 활발하게 일어난 한 해였다. 오래 전에 설립된 기업으로의 정체된 이미지를 벗고, 기존 제품으로 포화 상태에 달한 식품 시장에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업체들이 새로운 고수익 사업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 다각화의 방향은 주로 건강지향적인 소비자 성향을 반영한 기능성 식품 사업 강화 또는 진출과 주5일 근무제를 의식한 외식사업 진출, 수익성 제고를 위한 업계내 제휴에 따른 판매대행 사업 확대 등을 들 수 있다.
이와 함께 오리온의 `초코파이` 러시아 공장 설립, 풀무원의 LA 제3 두부공장 가동, CJ의 중국 사료공장과 라이신 공장 설립 등 대형 식품업체들의 해외 현지생산 강화와 크라운제과-타이완 이메이사간 교환무역 제휴 체결, 최근 발표된 매일유업의 두유관련 기술 이전 제휴 등 다각도에서 외국 시장으로의 행보가 한층 가속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신경립기자 klsi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