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새끼 비둘기를 본 기억이 전혀 없을까?

둥지에 감춘 채 길러…
발육 속도 빠르고 덩치 커 어른 비둘기와 구분 못해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비둘기는 이제 우리나라의 도심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조류(鳥類)가 됐다. 그 많던 참새가 자취를 감춰버린 지금도 비둘기는 보도블록과 전봇대 위에서 일주일에 한두 번쯤은 꼭 만나게 되는 친숙한(?) 조류다. 종종 한적한 공원이나 고궁, 도심의 광장을 찾는 날에는 100여 마리 정도가 무리지어 다니는 모습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하지만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자. 지금껏 만났던 비둘기 중에서 단 한번이라도 새끼 비둘기를 본적이 있는지. 아마 비둘기를 연구하는 생물학자가 아니라면 ‘과연 새끼 비둘기가 있기는 한 것일까’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그 같은 경험을 한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도대체 왜 우리는 거리에서 작고 귀여운 새끼 비둘기를 보지 못하는 것일까. 이는 비둘기의 습성 및 생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도시에서 흔히 보는 비둘기는 양비둘기(rock pigeon)라는 품종이다. 그런데 이들은 교각의 하부 등 사람의 눈길이 닿지 않는 외진 곳에 둥지를 튼다. 유럽과 중동지역에서 살았던 조상들이 절벽지대에 서식지를 두었던 습성 탓이다. 게다가 부모 비둘기들은 새끼들이 부화하면 스스로의 힘으로 날고, 먹이를 찾아 나설 수 있을 때까지 철두철미하게 둥지에 감춰둔 채 기른다. 이렇게 새끼들이 부모의 보호 속에 살아가는 기간은 약 한달 정도인데, 비둘기들은 발육 속도가 빨라 이 정도 시간이면 털 색깔이나 덩치가 이미 어른 비둘기와 거의 동일한 수준으로 성장한다. 미국 코넬대학의 비둘기 관찰 프로젝트 책임자인 카렌 퍼셀 박사는 “결국 일반인들은 둥지 밖을 처음 나선 새끼를 보더라도 어른 비둘기와 구분이 안 되기 때문에 새끼를 보지 못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퍼셀 박사는 수년간 비둘기의 깃털 색깔을 집중 연구하고 있기 때문에 수십, 수백 마리의 비둘기 무리 속에서도 쉽게 새끼 비둘기를 찾아내는 방법을 알고 있다. 바로 눈이나 부리 위에 있는 살점의 색깔을 보면 된다. 비둘기는 태어난 후 6개월간 회갈색 눈을 가지고 있다가 주황색 또는 붉은색으로 바뀌며, 부리 위의 살점 또한 새끼의 경우 흰색이 아닌 회색이라는 것. 물론 퍼셀 박사와 같은 전문가들은 비둘기의 행동만으로 새끼를 구분해낼 수 있다. 하지만 떼 지어 퍼덕이는 비둘기들 속에서 새끼를 찾아내는 것은 이들에게도 결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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