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권노갑씨 100억 수수’ 본격수사] ‘비자금 정치인’ 줄소환 초읽기

검찰이 현대측으로부터 100억원 이상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에 대해 사법처리 수순을 밟음에 따라 현대 비자금 사건은 그 끝을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장이 커지고 있다. 권씨에 대한 신병처리가 매듭지어지면 경우에 따라서는 비자금 수수에 연루된 또 다른 정치인에 대한 소환도 예상돼 정치권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권씨 처리 어떻게 되나=검찰은 12일 전날 밤 긴급체포된 권씨를 상대로 지난 2000년 4월 초 현대로부터 받은 100억원대의 돈 가운데 상당 부분이 총선 자금 명목으로 전달됐을 것으로 보고 이 돈의 정확한 사용처와 대가성 등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검찰은 권 전 고문이 “김영완씨에게서 10억원을 빌렸을 뿐” 이라며 자금 수수 자체에 대해 부인하고 있고 아직 구체적인 유입경로도 밝혀내지 못했으나 혐의 입증에 상당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검찰이 자신감을 갖는 것은 지난달 26일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에 대한 1차 조사에서 관련 진술을 확보했고 김영완씨가 보내온 자료에서도 권 전 고문의 혐의를 뒷받침할 만한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송광수 검찰총장은 “현대 비자금이 권 전 고문에게서 정치권으로 흘러들어갔다는 증거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해 정치권 유입 여부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검찰 주변에서는 현대 비자금의 정치권 대거 유입 의혹을 밝혀내는 것은 결국 시간문제가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많다. 2000년 총선 당시 권 전 고문을 통해 현대 비자금을 수수한 정치인이 20여명 가량 된다는 확인되지 않은 설까지 여의도 정가에 떠돌고 있다. 이들 정치인은 단순히 당의 선거지원금인 줄 알고 받았다고 주장한다면 처벌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권 전 고문과의 공범관계가 확인되지 않는 한 정치자금법의 공소시효(3년)가 이미 지난 상황에서 이들 정치인에게 법적 책임을 묻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권 전 고문이 현대측으로부터 자금을 건네받은 데 관여했거나 그 돈의 대가성을 알았다면 해당 정치인은 사법처리를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변호사들은 보고 있다. 검찰도 권씨가 현대 비자금을 건네받은 과정과 그 돈의 사용 및 분배 등에 관여한 정치인이 있는지, 현대측으로부터 별도의 자금을 제공받은 정치인이 있는지를 확인, 선별 사법처리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 비자금 얼마나 되나=현대가 조성한 비자금 규모는 현재까지 확인된 것만 대북송금 특검팀이 찾아낸 비자금 150억원 외에 권노갑씨에게 건네진 100억원 등 모두 250억원대 전후다. 이와 관련, 문효남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은 “권씨가 받은 돈의 액수를 둘러싸고 여러 얘기가 나돌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100억원이 조금 넘는다고 보면 된다”며 “다만 현대 비자금 조성금액과 전달금액 사이에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말할 단계가 아니다”고 밝혀 현대가 조성한 비자금이 수사 진행상황에 따라서는 더 늘어날 여지도 있음을 시사했다. 검찰이 전날 밤 권씨를 긴급체포하면서 “현대 비자금 중 `+α` 부분과 관련이 있고 받은 돈은 수백억원이 될 수도 있다”고 언급한 것은 단순한 말 실수가 아닐 수도 있다. 그동안 북송금 특검팀이 비자금 추적자료를 검찰에 넘긴 직후 검찰 안팎에서는 현대가 계열사를 통해 1,00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중 수백억원을 4ㆍ13 총선을 전후해 정치권에 뿌렸다는 의혹이 나돌았었다. <오철수기자 cso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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