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 앤 조이] 부장님! 폭탄주는 너나 드세요… 딸꾹!

술버릇과 알코올 의존(중독)

술을 마실 때는 좋지만, 잦은 음주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희생을 요구한다. 알코올 의존은 환자 본인 뿐만 아니라 가족들까지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하는 등 가족 질병으로 관리돼야 한다.


[리빙 앤 조이] 부장님! 폭탄주는 너나 드세요… 딸꾹! 술버릇과 알코올 의존(중독) 우현석기자 hnskwoo@sed.co.kr 그래픽=이근길 기자 술을 마실 때는 좋지만, 잦은 음주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희생을 요구한다. 알코올 의존은 환자 본인 뿐만 아니라 가족들까지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하는 등 가족 질병으로 관리돼야 한다. 관련기사 • 알코올 의존 자가진단법 • 음주전에 배 채우고 천천히 마시면 좋아 • 전문의 가수 이지 "노래도 전문" • "이성간의 우정은 없어요" • 에스보드·길거리 농구 물만났네~ • 여의도 봄바람 진원지는 '63' • 시리도록 푸른 3월의 거제도 • 거제도에서 '이걸' 놓치면 후회 합니다 지난 13일 경기도 소재 모대학 인근 농수로에서 신입생환영회에 참석했다 실종됐던 H모군이 실종 이틀만에 싸늘한 시체로 발견됐다. 황군의 사인은 저체온증에 의한 사망. 신입생환영회에서 술에 취한 H군은 귀가중 넘어져 머리를 다친 상태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다가 저체온증으로 숨진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달 24일 불거진 전 한나라당 사무총장이던 최연희 의원의 술자리 여기자 성추행 사건은 아직도 잠재적 폭발력을 내재한 채 해결의 실마리를 못찾고 있다. 이 두 사건은 전도양양 하던 젊은이와 정치 지도자의 운명이 술 때문에 달라진 경우다. 여러분은 이 같은 사고가 남의 일 처럼 생각되는가. ‘이런 술자리 사고는 나와는 상관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절대 오산이다. 술로 인한 참화는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잠재적인 위험이기 때문이다.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정도는 아니지만, 술로 인해 운명이 바뀐 사람들은 주위에서 얼마든지 찾아 볼 수 있다. #자신만 모르는 술버릇의 심각성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근무하는 김부장은 최근 들어 부하 직원들이 자신을 따돌리는 것 같은 생각에 외롭다. 부서 판공비로 한 달에 한 두 차례씩 저녁회식 자리를 갖고 있지만, 직원들은 이 핑계 저 핑계를 대고 참석하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난 달 회식에서는 전체 부서 직원 9명중 3명 만 참석해서 썰렁하기 그지 없었다. 그래서 김부장의 술 상대는 신입사원의 몫이다. 신입 사원들은 김부장의 술버릇을 잘 모르는데다 감히 부장이 요구하는 술자리를 거부하지 못하고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 처럼 끌려오기 때문이다. 김부장은 신입사원들을 모아 놓고 “요즘 젊은 것들은 이기적이어서 술을 사준다고 해도 뺀질거리기만 한다”고 볼멘 소리를 내지만 직원들의 생각은 다르다. 상습적으로 술자리에 빠지는 최대리 입장에서는 부장과의 회식이 지옥이나 다름 없다. 처음에는 화기애애하게 술자리를 시작하지만 술잔이 돌수록 김부장의 훈시는 위험수위를 넘나들기 때문이다. 김부장의 술버릇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술만 먹으면 멱살잡이 김부장은 회식 때 마다 술에 취해 자리에 없는 사람의 욕을 하기 일쑤인데다, 직원들이 맞장구를 치지 않는다고 역정을 내곤 한다. 자영업자인 문정호씨(가명)의 술버릇은 더 심각하다. 평소에 얌전한 문씨는 술만 들어가면 아무에게나 시비를 거는 버릇 때문에 술자리를 10번 가지면 7~8번은 멱살잡이로 끝나곤 한다. 심지어 문씨는 12살이나 많은 큰 형에게도 술자리에서 덤벼든 적이 한 두번이 아니어서 형제간에 의절을 한지도 7년이 돼간다. 어울려 줄 사람이 없는 김부장과 문씨는 최근 들어 혼자서 술을 마시는 횟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또 술을 마시고 직장에 결근하거나 남과 싸우는 등 사고도 잦아지고 있다. 이 두 사람은 꿈 속에서 조차 자신들이 알코올중독자라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지만 의학적으로 볼 때 이들은 이미 알코올 의존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거나 치료를 받아야 하는 알코올 의존 환자들이다. 이 신문을 읽고 있는 당신 상사의 술버릇이 짜증 나는가? 아니면 어제 저녁 술을 마신 당신 부하직원의 자리가 아직도 비어 있는가. 그렇다면 이 신문을 넌지시 그의 책상 위에 올려 놓아 보라. 어쩌면 내일부터는 그 고주망태들이 개과천선 할 지도 모를 테니까…. 알코올 의존, 술 없이 못견디는 상태 발병 유전자 위치 알지만 기능은 몰라 치료 약 없어… 성격·습관 개선 노력을 앞서 예로 든 김부장과 문씨의 경우, 이들의 고약한 술버릇 때문에 주위 사람들은 죽을 맛이지만 습관이라는 측면에서 살펴 보면 술버릇은 다른 버릇과 다를게 없다. 술버릇, 명품구매, 도박, 흡연 등 중독성 버릇은 뇌에서 일어나는 기전이 비슷하다. 이들 중독성 습관은 쾌감이나 흥분을 일으키는 신경전달 물질인 도파민(dopamine)의 분비가 늘어나 정상적인 심리상태를 벗어나게 되는 비슷한 매카니즘을 가지고 있다. 도파민은 흡연에 의해 유입되는 니코틴 같은 물질 뿐만 아니라 심리상태에 따라서도 분비량이 변화한다. 하지만 술버릇이 다른 버릇 보다 고치기 힘들다. 그 이유는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뇌의 변화가 수반되기 때문이다. 현대 의학은 알코올 중독을 유발하는 유전자의 위치는 밝혀냈지만 그 유전자의 기능은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술에 대한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약은 있지만 알코올 중독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은 아직 없는 상태다. 때문에 전문 병원에서는 성격과 습관 변화를 유도하는 교육을 통해 알코올 중독을 치료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조성민 한국음주문화센터 선임연구원은 "교육을 단기간에 끝내면 알코올 의존이 재발하는 경우가 많아 장기 교육을 통해 행동변화를 유도하고 있다"며 "알코올 의존은 평생 동안 재발이 가능하다고 보고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술버릇과 알코올의존 술버릇이 안좋은 사람은 간혹 폐인 취급을 당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모두 알코올의존이라고 볼 수는 없다. 술버릇은 언어나 폭력으로 남을 괴롭히는 것이고, 흔히 '알코올 중독'이라고 말하는 '알코올 의존'은 술 없이 살지 못하는 상태라고 보면 된다. 폭음을 해서 신체적인 이상이 나타나면 중독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의존과 중독이 같은 의미로 통용된다. 알코올의존은 정도가 심할수록 남을 괴롭히기 보다는 술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다. 중증 의존자의 경우에는 2~3일간 밥도 안먹고 술만 마시는 경우도 있는데, 이들은 혼자 걸을 수 있는 체력이 안되면서도 소주 한 병을 사기 위해 먼길을 걸어가는 집착을 보이기도 한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알코올의존을 일종의 정신질환으로 간주하고 있다. 알코올의존은 정신분열증ㆍ기억상실ㆍ알코올성 치매 등을 동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나쁜 술버릇이 나타나는 원인은 음주량이 일정량 이상 넘어가면 뇌작용이 부분적 장애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술이 뇌속으로 퍼져나가면서 감정 관련 중추의 일시적 마비가 일어나는데 개개인의 감수성 차이에 따라 다양한 술버릇이 나타난다. 이 같은 술버릇은 처음에 술을 어떻게 배웠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처음 술을 배울 때 선배나 선생님, 부모님이 개입되면 감정 억제기능이 작동하는 수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세간에 회자되는 '술은 어른 앞에서 배워햐 한다'는 말은 상당한 근거가 있는 셈이다. ■어떤 술이든 5잔 이면 폭음 술버릇이 나쁜 사람중에는 취중에 한 일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사실일 수도 있고, 거짓말 일 수도 있다. 의학적으로는 알코올이 기억저장 기전을 방해한다는 사실이 규명된 바 있다. 순간순간 '필름'(기억)이 끊기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평소에 억눌렸던 감정을 술을 통해 해소하고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거짓말 하는 사람도 적지 않아 정말 술 때문에 기억을 못하는지는 당사자만 알 수 있는 일이다. 이밖에 나쁜 술버릇을 가진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은 폭음을 한다는 점이다. WHO등에서는 주종을 불문하고 앉은 자리에서 5잔 이상 마시면 폭음이라고 본다. 우리나라 국민의 폭음 습관은 국제적으로도 유명한데 이 같은 습관은 왜정과 박정권시대에 산업화를 거치면서 심해졌다고 보는게 정설이다. 산업화와 도시화는 사회 구성원의 스트레스 증가를 수반하고 이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가장 저렴한 방법이 음주였기 때문이다. 관대한 음주문화도 한 몫 했음은 몰론이다. 나쁜 술버릇은 뇌작용의 부분 장애 강권하는 술문화·폭탄주가 발병의 원인 심하면 가정파탄… 가족들도 함께 치료를 학계에서는 알코올 의존이 유전되는 확률을 40~60%사이로 보고 있는데, 나쁜 술버릇도 비슷한 비율로 유전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렇게 추정하는 이유는 알코올 의존과 술버릇의 유발 매커니즘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조성기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 기획연구본부장은 "서양에서는 술을 적당히 마시면서도 알코올 의존을 치료한 사례와 연구결과가 보고 된 바 있는데 국내에서는 이 같은 방법을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며 "국내에서 병원을 찾는 알코올의존 환자들은 중증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알코올의존 환자들이 중증이 돼야 병원을 찾는 이유는 체계적인 치료시스템의 미비 탓이다. 반면 미국은 전문 치료와 상담시설을 갖춘 의료기관이 주 마다 30~40개 씩 있고 내과 등 다른 의사들과의 유기적인 협조체제도 잘 구축돼 있다. 알코올의존 환자들은 대부분 위장병, 간장질환 등으로 먼저 병원을 찾기 때문이다. ■살인적 음주문화의 주범 '폭탄주' 우리나라 처럼 술을 강권하는 풍토에서 음주량을 조절하기란 쉽지 않다. 회식자리에서 "한약 먹는다"고 핑계를 대면 "술을 마셔야 피가 잘 돌아 약발이 잘 받는다"고 강제로 먹이는 경우까지 있다. 때문에 술을 자제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거절하는 기술을 터득해야 한다. 이에 따라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에서는 각종 강연 등을 통해 술을 거절하는 기술을 교육하는 동시에 고위 관리자들의 의식전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고위관리자들일 수록 술에 대한 갈망이 있는 초기 중독자들이 많고, 판공비나 재력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더불어 대기업일수록 음주문화가 폭압적이다. 대체적으로 대기업의 경우 판공비 등 술값이 넉넉한 탓이다. 회식에서 흔히 만들어 마시는 폭탄주의 경우 15~20도의 알코올농도에 발포성 맥주성분이 섞여 있기 때문에 취하는 속도(흡수속도)가 빠를 수 밖에 없다. 폭탄주는 주법(酒法) 특성상 안주도 적게 먹기 때문에 흡수되는 알코올 양이 많아지는 것은 불가피하다. 대략 폭탄주 한잔에는 소주 2잔 분량의 알코올이 들어있는데 한 잔을 쉬지 않고 단번에 들이키다 보면 주량과 음주 속도를 조절을 할 수 없게 마련이다. 알코올 의존 전문치료 기관인 카프병원의 김홍곤원장은 "폭탄주를 한 시간에 3잔 마시는 것과 2시간에 3잔 마시는 것은 알코올 흡수량의 차이가 크게 난다"며 "병권(甁權)을 가진 사람이 시간을 조절하거나 제조비율을 7부와 5부로만 조절해도 몸에는 크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나쁜 술버릇에 대해 관대한 문화가 나쁜 음주습관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데에 대해 이견이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전날 술마시고 지각을 해도 '같이 마셨다'는 공범의식 때문에 봐 주는게 보통이지만 외국에서는 술먹고 출근하지 않으면 그날로 알코올중독자 취급을 받는게 보통이다. ■신체손상과 치료 과음은 인간의 모든 장기를 파괴한다. 머리의 알코올성 치매에서부터 내장의 인두염, 심장병, 지방간 위염, 궤양, 다리의 통풍과 말초신경염까지 신체의 전부분에 걸쳐 이상이 나타날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기자나 작가 등 창조적 직업을 가진 직업군의 경우 뇌손상이 적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들은 췌장, 간, 위가 심하게 손상돼 고통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학계에서는 '자기 좋아하는 창조직인 일을 직업으로 가진 사람은 뇌손상의 방어기제가 있는 것 같다'는 추론을 하고 있다. 펄펄 날던 기자들이 은퇴후 긴장이 풀리면서 급사하는 것은 뇌는 멀쩡하지만 장기 손상이 심각하다는 반증이다. 알코올의존 치료에 걸리는 시간은 증세의 경중에 따라 다르다. 증세가 가벼울 경우 보통 2~3일 입원하면 되지만 심한 경우에는 2~3달까지 입원을 해야 한다. 하지만 더욱 심각한 점은 알코올의존이 본인 혼자만의 피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을 파괴하는 질병이라는 점에 있다. 알코올 의존은 가정 폭력으로 이어져 가정 파탄으로 까지 가는 경우가 많다. 가장이 알코올의존 환자인 경우 대부분 1차 피해자는 부인이지만 2차 피해자는 자녀들이고, 심지어 초등학생까지 아버지를 말리다 맞고 병원을 찾는 경우도 있다. 조성민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알코올 의존 환자 뿐 아니라 이들에게 피해를 입은 가족들에게도 후속 치료가 필요하다"며 "알코올 의존은 원론적으로 가족병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홍곤 카프병원 원장은 "퇴원 후에도 혼자 술을 참는 경우는 거의 재발 한다고 보면된다"며 "알코올 의존은 완치라는 개념이 없는 질병이기 때문에 중독자들의 모임에 참여하는 등 평생을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6/03/22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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