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의 날] 첨단소재 개발 `제2도약' 야심

섬유산업이 제2의 도약을 위한 힘찬 날개짓을 하고 있다. 업계는 물론 정부까지 나서 사양산업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불식시키고 제품의 고부가가치화를 통해 세계시장을 평정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업계는 특히 지난 9월 정부가 발표한 대구지역 육성방안(밀라노 프로젝트)이 섬유산업 르네상스를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섬유산업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로 상징되는 경제위기로 큰 고비를 맞고 있다. 후발국의 거센 도전과 선진국의 기술력에 밀려 경쟁력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으며 내수침체라는 악재까지 겹쳐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섬유산업은 여전히 무역흑자에 가장 많이 기여하는 효자산업이고 앞으로도 성장가능성이 무한한 미래산업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경기침체와 사양화 논란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수출한국」을 이끌어갈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는 산업이라는 얘기다. 11일로 12번째인 섬유의 날을 맞아 국내 섬유산업의 현주소와 발전방향을 조명해 본다. 지난 60, 70년대 우리 경제의 고도성장을 이끌던 국내 섬유산업은 80년대 후반부터 저비용을 무장한 아시아 각국의 추격이 본격화되면서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섬유산업은 아직도 국내 전체수출의 13.4%를 차지(97년 기준)하며 전기·전자산업에 이어 「수출 2위」의 수출주력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올들어서도 섬유산업의 비중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큰 산업으로 자리하고 있다. 지난 7월말 현재 섬유수출비중은 12.96%로 전기전자(16.79%)에 이어 여전히 2위를 지키고 있다. 흔히 대표적인 수출상품으로 꼽고 있던 자동차 (7.04%), 철강(6.45%), 선박(5.11%)산업의 비중보다 크게 앞서고 있다. 외화가득액면에서 보면 섬유산업의 역할은 더욱 돗보인다. 섬유산업은 지난해 134억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하며 외화벌이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무역수지가 206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국제적인 위상도 괄목할만하다. 우리 섬유산업은 화섬직물 1위, 원사 4위, 섬유직물 3위, 의류 4위의 수출국에 올라서 있다. 「섬유대국」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음을 엿볼수 있다. 생산규모도 세계 7위를 차지하고 있고,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선진국의 70~85%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경제에 차지하는 비중도 막중하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실업난해소가 최대의 국가적인 과제로 떠오른 지금 섬유산업의 고용인원은 45만2,000명으로 국내 산업고용인원의 15.6%를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섬유산업은 거의 냉대에 가까운 푸대접을 받고 있다. 섬유는 고부가가치산업이지만 후진국형 산업이나 돈이 안되는 「사양산업」으로 치부하는 인식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인간이 옷을 입고 사는 한 수요가 얼마든지 있는 성장산업이고 영원히 발전할 수 밖에 없는 생활필수산업이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섬유산업은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새로운 소재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국내 섬유업계는 고부가가치제품개발에 주력하는 동시에 생활문화·생활소재산업으로의 전환을 모색하며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민관합동으로 섬유산업 육성방안을 마련하는 등 섬유산업 부흥운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러나 섬유산업이 제2의 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 우선 중국을 비롯한 후발국들의 저가공세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후발국과의 경쟁을 개도국에서 벌이는 수동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제품의 고급화와 고부가가치화로 새로운 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업체들의 대부분은 고부가가치형 차별화된 제품을 생산하겠다고 선언하고 있지만 그 성과는 아직 이렇다하게 내놓을 게 없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고부가가치형 차별화소재 생산비중은 전체제품의 15%로 이탈리아 등 선진국의 65%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고 있는 형편이다. 션·디자인의 수준을 높이는 것도 세계시장에서 거듭나기 위한 지름길이 다. 아직까지 우리의 의류수출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에 의한 수동적인 모방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경우 패션제품의 수출비중이 56%나 차지하고 있는데 비해 우리는 10%에 그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90년 1억3,000만달러에 불과하던 의류수입이 지난해 14억달러로 10배이상 늘어난 것은 우리 업계의 기술수준이 낙후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섬유산업에서 최고의 부가가치를 실현하는 션기술을 보다 발전시키지 않고서는 섬유산업의 부흥을 기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섬유산업 인프라 확충도 서둘러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들을 양성하는 전문기관이 거의 없고 정보화의 기반도 제대로 구축돼있지 못하다. 이밖에 노후설비 자동화 업종간 협력이나 전략적 제휴를 통한 신섬유 개발 해외마케팅 수준제고 등도 한국섬유산업이 해결해야 할 숙제다.【고진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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