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경질설에 삐걱대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8강 진출에 성공해 모이스 감독이 살아났다.
맨유는 20일(이하 한국시간) 홈에서 열린 2013-2014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올림피아코스(그리스)를 3-0으로 따돌리고 1·2차전 합계 골 득실에서 앞서 8강에 올랐다.
1차전 원정에서 강호다운 모습을 전혀 보이지 못하고 0-2로 패했던 터라 2차전에 대해서도 비관적인 예측이 많았지만 ‘골잡이’ 로빈 판 페르시가 해트트릭으로 맨유와 모이스 감독을 구해냈다.
이날 경기 전까지는 만약 맨유가 2차전까지 패해 챔피언스리그에서 탈락한다면 모이스 감독 역시 수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맨유의 화려한 전성기를 이끈 ‘명장’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의 뒤를 이어 모이스 감독이 부임한 이후 맨유는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현재 맨유는 프리미어리그에서 14승6무9패로 7위까지 떨어졌다.
지난 시즌까지 3연패를 달성했던 위엄은 온데간데없고 정규리그 9경기가 남은 지금 이미 무승부와 패배 숫자가 전 시즌(28승5무5패)을 훌쩍 넘어섰다.
1위 첼시와는 승점 차가 18이나 돼 우승은 물 건너간지 오래고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은 64강, 캐피털원컵은 4강에서 탈락했다.
지난 16일 열렸던 리버풀과의 프리미어리그 홈 경기에서 0-3 치욕적인 패배를 당하자 극심한 비난과 사퇴 압박이 모이스 감독에게 쏟아진 바 있다.
모이스 감독은 리버풀전 패배 이후 “맨유는 장기적 비전이 있는 팀”이라며 자신의 자리가 위협받는 일은 없다고 단언했지만 이 발언은 근거가 다소 빈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빈털터리로 전락할 위기에 놓인 맨유와 모이스 감독은 최후의 보루 챔피언스리그에서 생존에 성공하며 마지막 기회를 향한 꿈을 유지했다.
더욱이 두 골 차 열세를 뒤집고 상위 라운드에 진출한 것은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 역사상 여섯 번째 있는 쉽지 않은 일이어서 당분간은 비판의 목소리가 잦아들 것이라고 AP통신 등 외신들은 전망했다.
물론 디펜딩 챔피언 바이에른 뮌헨(독일)을 비롯해 첼시, 아스널(이상 영국), FC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상 스페인) 등 쟁쟁한 강호들이 버티고 있어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어려울 공산이 크기는 하다.
망가질 대로 망가진 프리미어리그 성적을 끌어올리는 것 역시 무거운 숙제다.
모이스 감독은 이날 경기 후 “우리는 도전자의 자세로 나아갈 것”이라며 “우리가 올해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던 제 실력을 발휘한다면 어느 팀과 붙어도 승산이 있다”고 실로 오랜만에 비교적 설득력 있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