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자기표절’ 누명쓴 교수에 위자료 지급 판결

이화여대 연구팀, 조선일보 상대 소송 승소

각계에서 표절 시비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자기표절’ 의혹을 잘못 제기한 언론사가 해당 교수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배호근 부장판사)는 이화여대 과학교육과 최경희 교수와 공동저자 2명이 조선일보와 기자 3명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정정보도와 함께 위자료 8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조선일보는 지난 4월 1일자 신문에 최 교수 연구팀의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과학 교육과정을 주제로 지난해 발표한 논문의 상당 부분이 재작년 발표한 논문을 짜깁기하거나 비슷한 단어로 바꾼 자기표절이라는 내용이었다.

조선일보는 연구팀이 ‘세계수준 연구중심대학(WCU)’ 사업의 실적을 부풀리려고 자기표절을 했다고 의심했다. 최 교수 등은 허위사실이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자기표절이 아닐 뿐만 아니라 WCU 사업 실적과 관련한 의혹 제기도 근거가 없다며 연구팀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연구팀이 두 논문에서 각각 중학교·고등학교 교육과정을 다룬 점을 들어 “동일한 준거로 서로 다른 연구대상을 분석하는 것은 자기표절이 아닌 분석연구의 한 방법”이라고 판시했다.

연구팀의 논문이 자기표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한국과학교육학회 연구윤리위원회와 교내 연구진실성위원회의 결정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두 논문 모두 WCU 사업 평가기준에 해당하지 않아 ‘실적 부풀리기’라는 의혹도 허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학교수로서는 자기표절로 밝혀질 경우 학자적 명예와 양식에 치명적 손상을 입게 되므로 언론사도 구체적이고 세밀한 확인·검증을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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