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올 1·4분기에 시장 예상을 웃도는 1.0%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록했다. 연율로 환산하면 3.9%에 이르는 것으로 주요 선진국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한국은 1·4분기 0.8% 성장에 머물렀으니 이제는 일본에까지 성장률이 역전되는 수모를 겪어야 할 처지에 내몰린 셈이다.
일본의 경기 회복은 무엇보다 기업들의 과감한 설비투자가 주도하고 있다. 1·4분기 설비투자는 전 분기 대비 2.7%나 급증했으며 특히 물류센터·호텔 등 내수 부문의 투자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아베노믹스가 '정권의 무덤'이라던 소비세 인상의 후유증까지 이겨내는 모양새다. 이런 투자 열기를 살린 것은 엔 약세를 넘어 정부 차원의 뼈를 깎는 구조개혁과 과감한 규제철폐 노력이다. 출범 초기부터 성장정책을 앞세웠던 아베 신조 정부는 법인세를 낮추고 국가전략특구법과 산업경쟁력강화법 등 굵직한 규제개혁 법안을 처리하면서 투자 분위기를 한껏 북돋웠다. 기업들도 정부 정책을 믿고 잇단 인수합병(M&A)으로 덩치를 키우고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는 등 성공적인 체질개선 노력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왔다.
이런 일본과 달리 한국이 처한 상황은 답답할 뿐이다. 수출은 5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으며 성장률 전망치는 연거푸 하향 조정되고 있다. 노동개혁은 꼬여가고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서비스산업기본법 등의 처리는 부지하세월이다. 최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가 겹쳐 재정투입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지만 이런 난국일수록 구조개혁을 힘차게 밀어붙이는 정공법을 택해야 한다.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국장은 "청년실업, 소득 불평등, 고령화 등의 문제는 통화·재정정책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면서 "근본적으로는 서비스산업 활성화와 같은 구조개혁이 훨씬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정부와 정치권은 지지부진한 구조개혁에 발목이 잡혀 있으면 일본의 성장률을 영원히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는 경고를 새겨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