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유병언 순천 벗어나 해남·목포로 도주"

해당 지역 수색범위 확대
차명재산도 전방위 추적
계좌 아닌 현금으로 거래
측근 입닫아 증거 확보엔 난항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청해진해운 실소유주)이 순천을 벗어나 해남과 목포 쪽으로 도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세월호 실소유주 비리'를 수사 중인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은 8일 유 전 회장이 순천 지역을 벗어나 해남과 목포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고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수색범위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 전 회장이 그 동안 은신해 있었던 순천에서 벗어남에 따라 검찰의 수색 작업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검찰은 해남과 목포가 바닷가 근처라는 점에서 유 전 회장이 숨을 곳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수사 인력을 집중 투입할 방침이다.

아울러 검찰은 유 전 회장 일가의 국내외 차명재산에 대한 전방위 확인 작업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계좌가 아닌 현금으로 돈 거래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유 전 회장에게 돈이 흘러 들어갔는지를 밝혀내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금 관리 역할을 해 온 것으로 알려진 유 전 회장 측근들이 차명 재산 관리 의혹을 부인하고 있어 증거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수사팀에 따르면 유 전 회장의 측근인 조평순 호미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지난 5일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조씨는 옥천영농조합법인과 삼해어촌영어조합 대표도 맡으면서 부동산 매입 등을 주도하는 등 유씨의 차명재산 관리인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조씨는 그동안 검찰의 소환에 여러 차례 불응하다가 인천지검에 자진 출석했다.

유 전 회장 일가의 실명 자산에는 이미 근저당이 설정돼 있는데 세월호 보상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조 대표에 대한 조사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었다.

검찰은 조씨를 상대로 영농조합이 유 전 회장의 재산이 맞는지, 유 전 회장을 위해 자금거래를 한 게 있는 지 등을 캐물었지만, 조 대표는 조합은 교회 재산이라고 진술하는 등 조합과 유 전 회장과는 관계가 없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조합의 자금흐름을 추적해 수상한 거래 내역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계좌가 아닌 현금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등 유 전 회장과 영농조합과의 관계를 명확히 밝히지 못해 일단 조 대표를 돌려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의 부인 권모씨가 대표로 있는 방문판매업체의 자금 흐름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까지 해당 회사가 유 전 회장의 비자금 조성을 위한 역할을 했는지 등을 밝힐 수 있는 구체적인 물증을 확보하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유 전 회장에 대한 충성도 역시 높은 상황이어서 이들을 상대로 유 전 회장의 차명재산과 관련한 진술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검찰은 유 전 회장의 배임 혐의 등에 조합과 유 전 회장 일가의 계열사들이 관련됐는지 등을 조사한 후 관련 비리기 드러날 경우 이를 바탕으로 압박 수위를 높일 방침이다.

이와 함께 유씨 일가의 해외재산 추적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검찰은 미국과는 법무부·국가안보부를 중심으로, 프랑스와는 '유럽·아프리카 범죄수익 환수 네트워크(CARIN)'를 통해 각각 실명 및 차명 보유 재산을 추적 중이다.

한편 수사팀은 전날 유 전 회장의 처남 권오균(64) 트라이곤코리아 대표를 구속했다. 유씨의 친인척 가운데 구속된 인물은 권 대표가 처음이다.

권 대표는 흰달의 대표이사 등을 지냈으며 계열사 자금을 경영 고문료 등의 명목으로 유씨 일가에 몰아줘 회사에 수십억원 대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라이곤코리아는 유 전 회장 일가의 자금창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주택건설·분양업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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