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관 차별화 넘어 디자인에 '사용자 스토리' 담는다

삼성전자, 제3의 디자인 혁명 시동
先 디자인은 이미 공식화 소비자 마음 잡기 최우선
사용 환경 기반 제품 혁신 소재·기능·구조 통합 추진


"상품 진열대에서 특정 제품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 잡는 시간은 평균 0.6초다. 짧은 시간에 고객의 발길을 붙잡지 못하면 승리할 수 없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지난 1996년 신년사를 통해 강조한 말이다. 그 뒤 지난 2006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이 회장이 '4대 디자인 전략'을 선포, 제2의 디자인 혁명이 시작됐다. 이런 삼성전자가 올해를 기점으로 제3의 디자인 혁명에 나서고 있다. 1차와 2차 디자인 혁명을 거쳐 또 다른 변신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 '밸런스 오브 리즌 앤드 필링(Balance of Reason and feelingㆍ사용자를 위한 디자인의 총체적 경험 제공)'의 철학을 바탕으로 외관의 차별화는 물론 사용자의 이야기를 디자인에 담는 디자인 스토리텔링이 연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자리잡은 '선(先) 디자인 후(後) 개발' = 삼성전자 디자인의 핵심 모토 가운데 하나가 '디자인에 제품을 맞춰라'다. 한마디로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먼저 파악해 디자인을 만들고 그에 맞춰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선 디자인 후 개발은 이제 공식화 됐다. 삼성전자가 2009년 선보인 두께 29㎜의 핑거슬림 LED TV가 대표적인 사례다. 제품 개발에 앞서 실시한 소비자 조사 결과 TV 두께가 30㎜ 이하가 최적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를 바탕으로 TV 두께를 30㎜ 이하로 맞추라는 특명이 개발팀에 내려졌다. 사실 TV 뒷면에 들어가는 부품을 줄여 두께를 30㎜ 이하로 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개발팀은 수 많은 연구를 거듭한 끝에 미리 구상된 디자인에 맞춰 TV 두께를 29㎜ 이하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핑거슬림으로 명명된 이 디자인은 현재 세계 TV 디자인의 주요 테마로 자리잡고 있다. TV 개발팀 관계자는 "마케팅 조사 등을 통해 디자인이 나오면 거기에 맞춰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며 "선 디자인 후 개발은 삼성전자 여느 제품이나 똑같이 적용되는 원칙"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제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개발팀은 물론 마케팅과 디자인팀이 한데 모여 최적의 합의점을 찾고 있다. 휴대폰ㆍTVㆍ가전 등이 세계 최고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활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제3의 디자인 혁명, 사용자를 잡아라 = 1ㆍ2차 디자인 혁명을 거치면서 삼성전자 디자인은 돋보이게 성장했다. 디자이너 수만 해도 1996년에는 600여명 이었으나 현재는 1,000여명 이상이다. 아울러 최근 15년간 세계 유수의 디자인 상 550여개를 휩쓸었다.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 역시 이 기간 동안 세계 19위로 상승했다. 이면에는 한층 발전된 삼성전자의 디자인이 한몫을 했다. 지적재산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디자인 부문에서 소송을 제기한 것 자체가 삼성의 디자인이 그만큼 국내외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역으로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발 더 나아가 삼성전자는 요즘 또 다른 디자인 혁명을 진행중이다. 핵심모토는 '밸런스 오브 리즌 앤드 필링(Balance of Reason and Feeling)'이다. 이는 디자인에 사용자의 총체적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스마트 기기 발전 등으로 '0.6초' 안에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외관상의 차별화를 넘어 차세대 디자인이 필요하다는 것에서 출발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현재 사용의 편안함과 즐거움은 물론 사용자의 디자인을 이어주는 디자인 스토리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사용자를 모르면 디자인도 없다'는 모토 아래 사용자를 최우선에 둔 혁신적인 디자인 개발에 나선 것이다. 스마트 사용자 경험(UX)가 그 중 하나다. 스마트폰 등 각종 기기에 사용자의 경험을 담겠다는 전략이다. 회사 관계자는 "라이프 스타일 혁신을 선도하기 위해 사용 환경 기반의 제품 디자인 혁신, 소재ㆍ기능ㆍ구조의 통합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