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에 따라 악화된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건설사들이 잇따라 사옥매각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찾는 사람이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중앙지법에서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중인 우림건설 사옥에 대한 경매가 진행됐지만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서울 서초동 1693-3에 위치한 이 건물은 지하철2ㆍ3호선 환승역인 교대역 바로 앞에 자리잡은 요지임에도 주인을 찾지 못해 오는 5월2일 입찰가를 20% 낮춰 다시 경매에 부쳐질 예정이다.
경매업계 관계자는 "교대역에 바로 인접해 있어 노른자위 땅으로 꼽혔던 곳"이라며 "입지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현재 이 건물에 대해 가압류를 걸어놓은 업체도 여러 곳 있고 경매 초기에는 권리관계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매각이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림건설 관계자는 "경매가 한 차례 유찰될 때마다 가격이 20%나 하락하므로 회사 유동성 차원에서도 손실이 크다"고 밝혔다.
사옥 매각 문제는 민간 건설사만의 일이 아니다. 부채 감축과 정부의 공공기관 이전계획에 따라 사옥을 필수적으로 매각해야 하는 공기업들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5,354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서울시 산하 SH공사는 최근 회사의 긴축경영을 위해 서울 강남구 개포동 사옥을 매각하고 높은 공실률을 기록하고 있는 송파구 문정동 가든파이브로 사옥을 옮기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2009년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의 통합으로 각 지역본부마다 사용하지 않는 사옥에 대한 매각을 진행하고 있지만 경기침체로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경기 분당에 위치한 LH 본사는 공공기관 이전정책에 따라 2014년까지 경남 진주로 이전을 진행해야 하지만 응찰자가 없어 현재 정자사옥(옛 토공사옥)과 오리사옥(옛 주공사옥) 모두 수의계약이 진행 중이다. 정자사옥과 오리사옥의 감정가는 각각 2,783억원, 4,014억원으로 이전 공공기관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LH 관계자는 "서울과 경기본부 사옥은 매각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개인의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공공기관 사옥을 파는 것이기 때문에 감정평가 가격대로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빌딩정보업체인 알투코리아의 김태호 이사는 이에 대해 "공공기관의 사옥은 대부분 공매절차를 통해 진행이 되기 때문에 가격조정이 잘 안 된다"며 "사는 사람은 매물의 수익률을 따질 수밖에 없고 공공기관 사옥은 마냥 가격을 낮출 수도 없어 매각 난항을 겪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