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의 40%는 생산직은 물론 사무직도 업무성과와 상관없이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를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군별로 차이가 있지만 호봉제를 완전히 없애지 못한 기업은 무려 96.7%나 됐다.
현대자동차 노사가 한치의 양보도 없는 팽팽한 기 싸움을 벌이는 가운데 재계에서는 대기업이 앞장서 임금체계 개편에 나서지 않으면 다가오는 '정년 60세' 시대에 막대한 인건비 부담을 감당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이 31일 매출액 기준 국내 30대 대기업의 임금체계 실태를 조사한 결과 생산직과 사무직 등 전 직원에게 호봉제가 적용되는 회사는 40%(12개사)에 달했다.
생산직에만 호봉제를 적용하는 기업도 56.7%(17개사)나 됐다. 97%가량의 대기업이 업무능력이나 성과와 무관하게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의 비합리성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한 셈이다.
모든 직원에게 성과 중심의 연봉제를 적용하는 회사는 한 곳(3.3%)에 불과했다.
지난해 6월 고용노동부가 근로자 100인 이상 사업체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호봉제 도입 비율이 68.3%로 나타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기업일수록 오히려 연봉제 활용 비중이 낮다는 사실이 증명된 셈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들 중에는 강성노조가 버티고 있는 곳이 많아 호봉제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사무직도 상당수가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연봉제를 채택한 회사들 상당수는 성과중심 연봉제의 핵심 요건인 변동상여금(실적에 따라 차등지급)을 본래 취지대로 운영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정년 60세와 맞물려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우려되는 요소다.
현재 변동상여금 제도를 도입한 기업 중 많은 경우 실적평가에서 최하 등급을 받아도 일정 수준의 상여금을 보장해준다. 예를 들어 실적에 따른 변동상여금 폭이 100만~400만원일 경우 100만원의 변동상여금은 여타 기본급, 정기상여금 등과 함께 통상임금에 포함된다.
경제단체의 한 고위관계자는 "통상임금 리스크와 정년 60세 시대 등을 감안하면 호봉제 폐지와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