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동산발 위기 고조

위안화 약세… 금리 급등… 주가 급락
정부 겉으론 관망세 불구
속으론 대책 마련 부심


부동산 개발업체의 디폴트(채무불이행)가 중국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다. 위안화는 장중 한때 달러당 6.2위안대로 치솟았고 단기금리도 큰 폭으로 올랐다. 반면 부동산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급락했다. 연이은 한계기업들의 디폴트와 부동산 거품 붕괴가 중국 금융 시스템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점점 확산되고 있다.

19일 중국외환교역센터(CFETS)에 따르면 상하이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장중 한때 6.2005위안을 기록, 지난해 4월9일 종가로 6.2023을 기록한 후 처음 6.2위안대를 돌파했다. 특히 지난 15일 중국 금융당국이 하루 위안화 변동폭을 1%에서 2%로 확대한 후 처음으로 고시환율보다 1%가 넘는 변동폭을 보였다. 런던 외환시장에서도 위안화는 장중 한때 달러당 6.2017까지 오르며 위안화 가치는 11개월 내 최저치를 다시 갈아치웠다. 환율 변동폭 확대와 한계기업에 이어 부동산까지 확대되고 있는 디폴트 리스크가 위안화 가치를 급락세로 이끌고 있다. 달러당 6.2위안은 중국 수출기업과 개인들이 가입한 1,500억달러 규모 파생상품(TRF·Target Redemption Forwards)의 손실 임계점이라는 점도 시장에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단기금리도 급등세를 보였다. 이날 상하이 시보금리는 전일보다 75bp(1bp=0.01%포인트)나 상승하며 2.8%대로 올라섰고 단기자금시장 지표금리인 1주일물 금리도 54bp 오른 3.4%대를 기록했다. 인민은행이 5주 연속 유동성을 회수한 가운데 늘어난 자금수요와 위안화 약세가 겹치며 단기금리를 끌어올렸다. 상하이 증시도 장 후반 낙폭을 만회하기는 했지만 장중 2002.44포인트까지 하락하며 2000선을 또다시 위협했다. 부동산거품 붕괴에 따른 금융 시스템 위기 우려가 주가·금리·환율에 모두 반영된 셈이다.

상하이 증시에서 부동산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급락했다. 대형 개발업체 완다가 2% 가까이 빠진 가운데 완커 4%, 뤄청이 3% 내렸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에버그랜드도 전일에 이어 내림세를 이어가며 1.2% 하락했다. 상하이 증시 부동산 기업주가 인덱스는 올 들어 10% 이상 하락한 상태다. 장옌빙 저샹증권 애널리스트는 "성장률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 시장은 여전히 바닥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수출 등 거시경제 상황이 나빠지고 고질적인 부채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는 등 시장에 부정적 요인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채권시장에도 부동산 리스크가 확대됐다.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부동산 개발업체인 애자일프론티어홀딩스의 2017년 만기 회사채 수익률이 전일 20bp 오른 7.46%를 기록했고 다른 개발업체들의 채권도 급등세를 보였다.

싱룬부동산의 디폴트는 중국 대형 부동산 업체의 해외채권에도 즉각적인 영향을 미쳤다. 에버그랜드의 2017년 만기 달러 채권 수익률이 10.86%를 기록했고 3.3%대에 발행됐던 광저우 R&F의 달러채권도 7.3%로 급등했다. 달러 채권 수익률 급등은 중국 부동산 업체들의 자금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해 중국 부동산 기업이 해외에서 채권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552억2,400만달러로 2012년 대비 120%가 늘었다. 올 들어 2월까지도 650억위안(약 104억달러)어치가 발행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국은행들이 부동산 관련 대출을 조이자 해외채권 발행이 급증했다. 문제는 금리가 오르는 와중에도 채권 발행량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부동산 기업의 달러 표시 채권금리는 4~5%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8~13%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기업들의 고금리 해외채권이 재투자가 아닌 채무상환을 위한 '돌려막기'에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위안화 가치 하락은 부동산 업체들의 이자부담을 더 커지게 한다. 크레디트스위스(CS)은행은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의 채권 중 달러 표시 채권이 90%를 차지한다"며 "위안화가 달러화 대비 5~15% 절하되면 부동산 개발업자의 수익은 최대 74%가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부동산발 금융 시스템 위기 상황에 대해 중국 정부는 겉으로는 관망세를 보이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인민은행은 전일 싱룬부동산의 긴급대책회의에 인민은행 관계자가 참석했다는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를 부인하며 주채권은행인 중국건설은행과 푸동개발은행 등이 협의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인민은행이 이례적으로 외신의 보도를 즉각적으로 부인한 것은 부동산발 금융위기 현실화에 대한 고민이 깊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단은 리커창 총리가 밝혔듯 일부 금융상품의 디폴트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인 만큼 시장에 개입을 최대한 자제하겠다는 것으로도 보이지만 그렇다고 확산되고 있는 금융 시스템 위기에 대해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충분히 통제 가능한 변수들이라고 중국 정부가 강조한 만큼 최대한 시장의 기능을 존중하면서 위기가 지역적·시스템적 위기로 확산될 징후가 있을 때 개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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