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이슈] 화해의 자리 된 고 이맹희 CJ명예회장 영결식

형제갈등 매듭짓는 3세들 '조문 화해'… 삼성-CJ 화합의 미래 열까

20일 서울 필동로 CJ인재원에서 고(故) 이맹희 CJ명예회장 영결식이 끝난 뒤 손자 이호준(앞줄 왼쪽·이재환 재산커뮤니케이션즈 대표의 아들)씨와 손녀사위인 정종환(앞줄 오른쪽·이재현 CJ회장 딸의 남편)씨 등 가족들이 장지로 향하기 위해 위패와 영정을 들고 영구차 옆에 서 있다. /송은석기자

지난 17일 오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큰아버지인 고(故) 이맹희 CJ 명예회장 빈소에 들어서고 있다. /송은석기자

이재용·이부진·이서현 3남매 등 나흘내내 삼성가 조문행렬 이어져

이재현 CJ회장과 화합 가능성 커

화해 분위기 사업교류로 이뤄질 땐 삼성 하드웨어-CJ의 콘텐츠 시너지

바이오·제약 등도 위력 발휘할 듯


20일 서울 중구 필동 CJ인재원에서 열린 고(故)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 영결식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 등 삼성가가 총출동한 삼성그룹과 CJ그룹 간 화해의 자리였다. 지난 2012년 고인이 동생인 이건희 삼성 회장을 상대로 유산 상속 문제로 소송을 벌여 서로 등을 돌린 지 4년 만이다. 재계에서는 삼성가 3세들의 '조문 화해'를 통해 형성된 화해 분위기가 사업 교류로까지 이어질 경우 양 가문이 진정한 의미의 미래지향적 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최근 삼성가가 이건희 회장 입원, 이맹희 명예회장 별세, 이재현 CJ 회장 병세 악화 등 고난의 가족사를 잇달아 겪는 가운데 일련의 시련을 바탕으로 반목했던 가족 관계가 이맹희 명예회장의 죽음을 계기로 화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가족 조문이 시작된 지난 17일 이재용 부회장,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이부진 사장을 필두로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이 명예회장의 빈소를 찾았고 일반 조문이 시작된 18일에는 이서현 사장,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총괄부문 사장 부부가, 19일에는 홍라희 관장 동생인 홍라영 리움 부관장이 조문했다. 이명희 회장과 이서현 사장은 이틀 연속 고인의 빈소를 찾아 가족들과 슬픔을 함께 나눴다. 아울러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 김창수 삼성생명 대표,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미래전략실 사장, 윤주화 제일모직 사장, 김신 삼성물산 사장,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 임대기 제일기획 사장,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 등 삼성그룹 계열사 사장단도 사흘에 걸쳐 모두 장례식장을 찾아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나흘 연속 삼성가의 총출동은 단순히 친척 간의 조문과 위로를 넘어 선대의 갈등을 매듭짓자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이맹희 명예회장의 별세로 형제 간 직접 화해는 이룰 수 없게 됐지만 삼성 경영권 승계를 앞두고 사촌형제지간인 이재용 부회장과 이재현 회장이 틀어진 관계를 복원하는 한편 양 그룹 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협력까지 모색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때 삼성과 CJ 계열사들이 상대방의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을 정도로 감정이 좋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양측의 화해와 협력은 재계에 적지 않은 자극제가 될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 3세 체제의 출범과 함께 이재용 부회장이 그룹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사촌형인 이재현 회장과 화해를 명확하게 밝힐 가능성이 크다"며 "이들이 뭉칠 경우 침체된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삼성가 3세들의 긴밀한 협력 관계는 삼성그룹과 CJ그룹 사업에서 막강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드웨어의 삼성전자와 콘텐츠가 강한 CJ그룹이 손을 잡을 경우 융합이 대세인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상당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특히 바이오·제약은 양측의 협력 1순위 분야로 꼽힌다. 이들 분야는 이재용 부회장이 차세대 먹거리로 육성하는 대표적 사업으로, 삼성은 바이오 계열사 공장을 증설하고 미국 나스닥 상장까지 추진하는 등 바이오 분야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바이오·제약을 먼저 시작한 CJ와의 협력이 이뤄질 경우 그 파괴력은 엄청날 것이라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더욱이 대법원 상고심을 앞둔 이재현 회장이 조만간 자유의 몸이 될 경우 2년간의 공백을 깨고 삼성과의 협력 강화를 통해 신규 사업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공산도 크다. CJ가 독보적인 강점을 보유한 문화 콘텐츠 사업에 제일기획의 광고 마케팅 노하우가 더해질 경우에도 다양안 사업 기회가 창출될 수 있다.

한편 장자인 이재현 회장은 재판이 진행 중인 데다 2013년 신장이식 수술 이후 병세가 악화된 와중에서도 17일, 19일 10여분의 짧은 시간이나마 고인의 곁을 지킨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구속집행정지 상태로 서울대병원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탓에 영결식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병원 빈소에서 고인을 싣고 출발한 운구차는 과거 안국화재가 있던 장소이자 생전 그가 오랜 기간 일했던 해동빌딩에 잠시 머물렀다 영결식장으로 들어갔다. 영결식은 김동건 아나운서의 사회와 김무성 대표의 형인 김창성 전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의 추도사, 장례위원장을 맡은 이채욱 CJ그룹 대표의 조사 등 50여분 만에 끝났다. 이어 고인은 운구차에 몸을 싣고 아버지인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생전에 생활했던 서울시 중구 장충동 1가 주택으로 향했다. 고인은 이곳에서 약 5분간 머문 뒤 장지인 경기도 여주 연하산으로 출발, 오전11시께 도착해 영면에 들었다. 장지는 여주 해슬리 골프장 옆에 있는 CJ일가 사유지에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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