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화단계에 접어든 국내시장에서 성장정체를 앓고 있는 금융회사들의 해외진출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의미 있는 성공스토리는 들려오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하나은행의 중국 진출 전략이 새삼 주목 받고 있다.
금융당국이 글로벌 전략의 바람직한 모델이라 칭찬할 정도다.
26일 금융당국과 금융계에 따르면 하나은행이 세운 중국현지법인 '하나은행중국유한공사(이하 하나중국법인)'는 연평균 자산성장률이 45%에 달할 정도로 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2012년 말 현재 하나중국법인의 총 자산은 204억위안. 2007년 설립된 당시(총 자산 91억위안)에 비해 5년 만에 약 224%가 늘었다.
같은 기간 개인 고객 수는 5,652명에서 3만9,612명으로, 기업 고객 수는 1,089개에서 2,334개로 급증했다.
하나중국법인의 성공은 단순히 구호를 넘어선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있기에 가능했다. 대표적인 것이 철저하게 현지인을 중심으로 채용했다는 점이다. 하나은행은 19개에 이르는 중국 현지의 법인장들을 무조건 현지인들로 채웠다. 대부분의 국내 금융회사들이 해외에 지점이나 법인을 둘 때 국내인을 파견 보내는 것과 대비된다.
하나는 특히 현지법인에 직접 여신심사 기능을 직접 부여했다. 대다수 은행들이 한국에 있는 본점에서 여신심사를 실시하는 것과 달리 하나은행은 중국 현지법인에 여신심사 권한을 허용했다. 이를 통해 대출자산에 대한 신용도 평가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었고 실제 여신이 집행되기까지의 기간도 단축할 수 있었다.
중국 2대 법인장을 지냈던 김인환 하나금융그룹 전략담당 부사장은 "다른 은행의 경우 여신 중 상당 부분을 서울 본점에서 심사하다 보니 현지법인의 자율경영 기능이 뒤처질 수밖에 없다"며 "하나은행은 중국법인에 독립적인 자율권한을 부여해 실질적인 현지화의 토대를 닦았다"고 말했다.
해외주재원 부임을 단순한 인사특혜가 아닌 실제적 업무능력 발휘의 기회로 규정한 것도 주재원의 영업력을 끌어올렸다.
하나중국법인은 처음 1년 간은 주재원이 현지에 단신 부임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다. 가족들이 함께 오다 보면 아무래도 업무에 대한 집중이 떨어져 이를 예방하고 현지 영업을 위해 필수적인 중국어 습득 능력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의도다.
여기에 하나중국법인이 현지 은행 인수를 통해 현지 영업망과 노하우를 전달 받은 점도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이 됐다.
김 부사장은 "중국에 진출한 국내은행들 중에는 100% 단독법인을 세운 곳이 많은데 하나은행은 현지 은행을 인수한 후 현지법인으로 승격시키는 전략을 택했다"며 "구호를 넘어선 실질적인 현지화 전략이 중국법인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