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참사와 부정부패, 낡은 정치는 가고 대한민국의 미래에 희망만 있으라.”
제16대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식이 열린 25일 국민들은 사무실과 길거리, 역과 터미널 등지에서 TV를 통해 간소하면서도 웅장한 취임식을 지켜보며 `희망`을 이야기했다.
특히 이날 국회의사당 취임식 행사장에 초청된 청소년, 장애인, 선행시민, 재외동포등은 취임식을 지켜보며 새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다양한 바람과 기대를 나타냈다.
국회의사당앞 광장에는 이날 이른 오전부터 국내외 인사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으며 오전 8시께부터는 정문 등 출입구에 시민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기도 했다. 흰색 도포와 관을 쓰고 입장한 권종수(42)씨는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전날밤 지리산 청학동에서 올라왔다”며 “노 대통령이 선거 때의 공약을 모두 지켜 국민들을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휠체어를 타고 온 지체장애인 최홍철(63)씨는 “새 대통령은 복지사업에 많은 투자를 해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과 똑같이 생활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줬으면 한다”며 “특히 장애인 이동권 문제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일본에서 온 재일교포 최충식(65ㆍ사업)씨는 “일본 동포들도 새 대통령에 기대가 크다”며 “교포들의 인권문제에도 신경을 써주는 대통령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청소년 초청 케이스로 가장 앞자리에서 취임식을 지켜본 여의도초등학교 5학년 임수진(13ㆍ여) 어린이는 “새벽 1시까지 영어ㆍ수학 등 학원을 8개나 다니느라 너무 힘들다”며 “대통령 아저씨가 교육문제에 힘을 써서 `학원없는 세상`에서 살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다.
연예인 홍석천씨는 “취임선서를 들을 때 가슴이 찡했다”며 “동성애자와 같은 사회의 소수자, 약자들의 인권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는 소망을 나타냈다.
노사모 회원들도 노 대통령에 대한 다양한 주문을 내놓았다. 신동수(41ㆍ한의사)씨는 “지역갈등을 해소해 통합의 정치를 이끌어주길 바란다”고 말했고, 남상범(18ㆍ서초구 2년)군은 “교육문제만큼은 직접 나서 해결했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노 대통령이 지난 6년간 거주했던 서울 명륜동 주민들은 5년동안 훌륭한 치적을 남기고 `자랑스러운 대통령`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기를 두 손 모아 기원했고, 소형 플래카드에 `안녕히 다녀오십시오. 초(初) 심(心)`이라는 글귀를 적어 흔들었다. 명륜동 7통장 김정혁(49)씨는 “49년 동안 이 동네에서 살아왔는데, 이 곳에서 대통령이 나오니 정말 기분이 좋다”며 “서민들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노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김해시 진영읍 일원에는 집집마다 태극기를 달고 곳곳에 수십개의 플래카드를 내거는 등 취임을 경축하는 물결로 수놓았다. 진영읍 번영회 회장 박영재(49)씨는 “대구 지하철 사고 희생자들의 아픔을 생각해 당초 예정됐던 주민 노래 및 장기자랑 등 행사들을 대폭 취소했다”며 “부디 노 대통령이 대형사고가 없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취임식을 마치고 청와대로 들어오면서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주민들로부터 따뜻한 환영을 받았다. 이날 낮 12시 9분께 10여대의 사이카를 앞세우고 노 대통령 내외를 태운 전용차량이 청와대앞 분수대에 도착하자 주위를 가득 메운 200여명의 주민들은 `사랑해요 노무현-청운동, 효자동, 사직동 주민일동`이라는 글귀가 쓰인 노란색 플래카드와 소형 태극기를 흔들며 `새 이웃`을 환영했다.
종로구 신교동에서 20년째 살아왔다는 최종한(56ㆍ택시기사)씨는 “노 대통령에게 바라는 것은 처음과 끝이 같은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았으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석영기자, 김성수기자 sychoi@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