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ㆍ유럽ㆍ일본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신용경색이 풀릴 때까지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는 의지를 충분히 보여주고 있지만 오히려 과도한 시장 개입에 대한 논란과 부작용에 대한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지난 9일 프랑스 최대 은행인 BNP파리바의 펀드 상환 동결로 신용경색 위기가 고조된 후부터 이날까지 4,000억달러 이상의 유동성을 공급했지만 증시가 급락하는 등 시장의 혼란은 막지 못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15일 하루짜리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통해 70억달러의 자금을 추가로 투입한 것을 비롯, 지금까지 총 4차례에 걸쳐 710억달러를 지원했다. 일본은행도 16일 4,000억엔(35억달러)을 추가 지원했다. 10일과 13일 이틀간 1조6,000억엔을 지원한 데 이은 것이다. 유동성 공급의 선두 주자인 ECB는 14일까지 나흘 동안 총 2,112억유로(2,900억달러)를 쏟아부었다. 중앙은행들의 이 같은 과도한 개입에 대해 금융기관과 헤지펀드 등의 실패 책임을 국가가 떠맡아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불러온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단기금리와 달리 장기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시장 안정 효과도 만족스럽지 않은데다 장기적으로 과도한 유동성 공급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된다는 것이다. 이런 시각을 반영, FRB는 금리인하 가능성을 차단하고 나섰다. 윌리엄 폴 세인트루이스연방준비은행 총재는 16일 블룸버그TV에 나와 “신용경색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FRB가 전격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자들은 실망하게 될 것”이라면서 “FRB는 오는 9월18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전에 (금리 결정을 위해) 모일 뜻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도 이날 “미국 서브프라임 파문이 미국 경제성장률을 일정 부분 갉아먹겠지만 시장은 그런 손실을 흡수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하며 경기침체(recession)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한편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의 여파가 확대되는 가운데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S&Pㆍ무디스 등 국제 신용평가회사들의 책임 소재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서브프라임 사태에 대한 신용평가회사들의 뒤늦은 대응과 관련해 EU 집행위가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FT는 “신용평가회사들이 앞으로도 지금처럼 영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는 집행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 이번 조사가 상당히 강도 높게 진행될 것임을 시사했다. 신용평가기관 책임론의 핵심은 이들이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기초로 발행된 유가증권에 대한 투자 위험을 투자자들에게 제때 알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들 기관이 우량등급을 유지함으로써 채권 발행시장 확대를 초래했고 이번 사태가 미국 국내 문제에 그치지 않고 유럽 등 세계 각지로 파장이 확대된 것도 이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은행들은 이미 지난해 위험을 경고한 데 반해 S&P와 무디스는 올봄이 돼서야 주택저당증권(MBS)의 신용등급을 낮추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