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외무성 "핵시험 할것"

核포기 압박 거세지자 초강경 대응



북한이 3일 저녁 전방송매체를 동원해 핵시험을 하겠다고 전격 발표한 것은 한국ㆍ미국은 물론 일본ㆍ중국 등 한반도 주변국가들이 북한 핵 포기 압력을 강화한 데 대해 초강수로 대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북한은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차기 국제연합(UN) 사무총장으로 사실상 내정돼 들떠 있는 한국 외교가에 찬물을 끼얹음으로써 북한 핵 문제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고조시키고 아울러 반 장관 개인은 물론 한국 정부가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를 테스트하기 위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 '최후수단' 핵카드 직접 언급 다급함 반영, 선제사용 금지핵·군축 노력등 '방어용' 강조
美와 양자협상 노려…당장 시험은 않을듯

북한 외무성의 발표로 북핵 위기는 새로운 국면으로 치달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날 저녁 송민순 청와대 안보실장 주재로 관계부처 고위대책회의를 열어 4일 오전 안보정책조정회의를 소집,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만에하나 핵실험을 실시하면 결코 용서할 수 없다"며 "국제사회가 단호히 대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이날 성명은 지난 7월 미사일 발사 이후 한반도 주변에서 조성되고 있는 ‘대북 압박 분위기’를 정면 돌파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날 성명은 당장 6자 회담의 조속한 복귀 외에 아무런 타협안도 제시하지 않은 채 금융제재 등으로 압박의 강도를 높이는 미국을 1차적으로 겨냥했다는 게 외교가의 일반적인 해석이다. 또 오는 9일, 13일로 예정된 한일, 한중 정상회담의 잇따른 개최와 이날 확정된 반 장관의 UN 사무총장 확정 뉴스도 북의 ‘고립감’을 더욱 고조시켰을 것이다. ◇대북압박에 초강수 대응=이날 발표된 북한 외무성의 공식 성명에는 북의 압박감이 어느 정도인지가 단적으로 나타나 있다. 북의 전통적인 외교수단인 ‘벼랑 끝 전술’의 일환으로 보이지만 최종 카드인 핵을 직접 언급할 정도로 북한의 입장이 다급해진 것이다. 북한 외무성은 이날 "미국의 반공화국(반북) 고립압살 책동이 극한점을 넘어서 최악의 상황을 몰아오고 있는 제반 정세하에서 우리는 더 이상 사태 발전을 수수방관할 수 없게 되었다"면서 "외무성은 위임에 따라 자위적 전쟁억제력을 강화하는 새로운 조치를 취하게 되는 것과 관련해 엄숙히 천명한다"고 발표했다. 그 어느때보다 발언 강도가 높아진 것이라는 것이 외교ㆍ안보 전문가들의 평가다. 그렇다고 북한이 초강수 대응만 한 것은 아니다. 북은 핵시험을 예고하면서도 ▦핵무기의 선제사용 금지 ▦핵이전 불허 ▦한반도(조선반도)의 비핵화 ▦세계적인 핵 군축 노력 등의 ‘명분’을 제시하면서 ‘방어용’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런 점이 고려돼 우리 외교부 관계자들은 “정부 차원의 1차적 판단은 북의 직접적인 위협이 아니라 대북제재를 완화하기 위해 미 측에 주는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핵시험 당장 하지 않을 듯=북한이 핵시험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북이 당장 핵시험에 돌입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북한의 핵무기 보유 여부에 대해 국제사회는 상당한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핵무기 발사체인 미사일도 7월 발사시험에서 실패한 것으로 판명됐으며 핵무기 자체의 보유도 확인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셀리그 해리슨 미국 국제정책센터 선임연구원이 최근 한 국내 일간지에 기고한 내용도 이 같은 분석과 맥을 같이한다. 해리슨 선임연구원은 9월 북한을 방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을 만난 후 “북이 플루토늄 재처리를 위해 연료봉 인출계획을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북이 이처럼 서두르는 데 대해 당장의 핵시험 가능성보다 “6자 회담 재개를 둘러싼 교착상태를 풀기 위한 북미 양자협상 카드로 영변 원자로를 이용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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