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만나본 현지의 일본 관광청 관료들은 대개 한국인 관광객 유치에 대해 시큰둥했다. 주로 중국이나 동남아를 언급할 뿐이다. 자격지심일까. "이들이 한국을 무시하나"싶었다. 지난해 한 해 일본을 찾은 관광객 가운데 한국인은 전년 대비 12.2% 늘어난 276만명으로 전체 외래관광객 가운데 비중이 20.5%였다. 국가별 순위는 2위로, 대만(283만명)에 밀렸지만 중국(241만명)에는 앞섰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의 정책에서는 후 순위다.
이유는 대략 두 가지 정도다. 기본적으로는 국내 관광 위주인 일본의 정책 때문이다. 백화점 매출에서 외래관광객 비율이 1% 미만일 정도다. 자국민만으로 국내 호텔을 모두 채우는데 특별히 외국인에 대해 신경 쓸 필요는 없는 듯했다. 이웃 나라에 대한 이중적인 감정도 있다. 스스로가 한반도 침략의 가해자임에도 상대방을 불편하다고 여긴다. 돈을 벌겠다지만 '굽신거리는' 일은 못하겠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다소 변화하기는 했다. 장기침체에 내수경기가 추락한 상황에서 외래 관광객들의 소비가 절실해진 것이다. 엔저에 따라 물밀 듯이 밀려드는 외래관광객이 지난 2013년 1,036만명을 기록, 사상 처음으로 1,000만선을 돌파한 후 2014년 1,341만명, 올해 1~2월도 지난해 동기 대비 42.8%가 늘어났다.
한국은 많은 관광객을 보내면서 받는 대우는 별로다. 과거사 왜곡과 독도 도발 등 끝이 없다. 반면 한국인은 일본 서부의 관광산업을 거의 책임지는 상황이다. 2013년 기준으로 규슈 지역은 외래관광객 가운데 한국인이 50~60%를 차지한다. 벳푸온천으로 유명한 오이타현이 58%, 미야자키현은 56%, 후쿠오카현은 39%다. 시모노세키가 있는 야마구치현은 47%(이상 국가별 1위)다. 다만 동쪽으로 갈수록 비중은 낮아지는데 오사카부 18%(2위), 도쿄도 9%(4위), 홋카이도 10%(4위)다.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동부에서 심하다. 한국과 관련성이 적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이러니는 독도가 멋대로 자기 땅이라고 우기는 시마네현의 외래관광객 가운데 한국인의 비중이 18%, 국가별로는 1위라는 사실이다. 그 옆의 돗토리현은 46%다.
3~4월 벚꽃놀이 철을 맞아 일본으로 가는 한국인이 늘면서 항공권은 구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서로 상대방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지만 '엔저' 때문에 일본 관광시장만 신이 났다. 올해 1~2월 방한한 일본인은 28만명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2.0% 줄어든 반면, 방사능 오염 우려에도 불구하고 방일 한국인은 68만명(국가별 1위)으로 무려 39.6%가 증가했다. 관광이란 결국 해당 지역의 물건을 팔아주는 것이다. 도와주고 뒤통수 얻어맞는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