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생부터 부실한 중기유통센터 전시행정

하나로클럽 중소기업 매장 설치 없던 일로
농협 반대로 무산… "일방 여론몰이 반발만 사"


중소기업진흥공단 산하 중소기업유통센터(이하 유통센터)가 지난 3월 호언장담했던 농협 하나로클럽 양재점내 중소기업 전용매장 설치가 무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중기유통센터의 전시행정이 초기단계부터 아예 실현불가능한 부실방안으로 드러난 셈이다.

이에따라 지난3월29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유명 백화점과 대형마트에 중기 매장을 개설한다"고 공언한 손창록(사진) 유통센터 사장의 반(反)시장적 행태와 무능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당시 손 사장은 "하나로마트하고는 협의가 끝나간다. 오는 7월 양재점에 165㎡ 크기의 히트500플라자 매장을 오픈할 것"이라고 단언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제대로 된 협의 없이 유통업체들을 강제할 목적으로 여론몰이를 한 유통센터의 전시행정이 낳은 필연적인 결과라고 보고 있다. 유통업체들의 반발로 궁지에 몰린 유통센터는 현재 공정거래위원회를 동원해 자신의 요구를 수용하라고 유통업체들을 압박, 또다른 물의를 빚고 있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농협 하나로클럽은 양재점 안에 중소기업 전용 매장인 '히트500플라자' 를 입점시키지 않는 쪽으로 결론을 냈다. 농협의 한 관계자는 "아직 협의 중이지만 사실상 입점 불가로 결론이 났다"고 말했다. 유통센터가 함께 제안한 하나로클럽 창동점 내 매장 설치 계획도 없던 일이 됐다.

업계에서는 하나로클럽의 입점 거부가 예견된 사안이라고 입을 모은다. 당초 유통센터는 농협측과 충분한 협의를 마치지 않았음에도 일방적으로 양재점내 매장 입점 계획을 언론에 공표했다. 이 때문에 당시 농협은 "확정된 것이 없는데 그쪽에서만 미리 발표한 것"이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이후 협의 과정에서 양측의 갈등은 더욱 불거져 평행선을 달렸다. 농협은 "농산품 매출이 70%를 차지하는 양재점 성격상 중소기업들의 가공제품으로 채워진 히트500매장을 내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럼에도 유통센터의 압박에 밀린 농협은 '울며 겨자먹기'로 유통센터에 농산품 매장이 있는 1층이 아닌 스포츠 의류 매장이 있는 2층 공간을 제안했다.

그러나 유통센터는 막무가내로 하나로마트 고유의 매장 특성을 무시한채 "2층에는 손님이 거의 없다"며 1층 입점을 고집, 사실상 협상이 깨진 상태다. 결국 공기업인 유통센터가 유통 생리를 이해하거나 면밀한 준비를 하지 않은 채 강압적으로 사업을 밀어부치다 헛되이 시간과 노력만 낭비한 꼴이 됐다. 이에 대해 윤재복 유통센터 기획조정팀장은 "히트500매장은 경제논리로만 따질 수 없는 문제 아니냐"며 중소기업 판로 확보라는 취지를 유통업체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이번 양재점 입점 실패로 중진공과 유통센터의 히트500플라자 매장 확대 전략은 공정위의 유통업체 팔비틀기에만 전적으로 의존하게 됐다. 논란이 되고 있는 유통센터는 지난 95년 설립됐으며, 99년부터 총체적 부실 운영으로 지탄을 받아온 서울 목동의 중소기업전용 백화점인 '행복한세상'을 운영하고 있다.

한편 하나로클럽 양재점은 현재 일평균 고객만 1만명에 달하며 하루에만 전국 대형마트 가운데 가장 많은 12억원의 매출을 거두는 최고 점포다. 함께 입점을 추진하던 창동점 역시 일매출 10억원으로 그 뒤를 잇는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