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텀펀드 창립자로서 10년간 4,200%의 전설적인 수익률을 기록한 짐 로저스의 결론은 중국, 그리고 농산물로의 투자다. 그리고 하나 덧붙이자면 "나는 북한과 미얀마에 투자할 방법을 필사적으로 찾고 있다"는 것이다. 로저스는 세계를 선도하던 미국이 쇠퇴하고 그 자리를 아시아가 대신하는 극적인 지형변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금융위기에 대한 낙관론에 대해서는 일고의 가치도 두지 않는다. 많이 양보해도 우리 세대에서는 아니라고 잘라 말한다.
그는 과거 1920~1930년대 영국에서 미국으로 경제·군사적 패권이 넘어갔듯, 이번에는 다시 아시아로 넘어가는 필연적인 교체기를 겪고 있다고 강조한다. 영국과 미국의 공통점은 모두 외부 전쟁에서 인명과 자원을 헛되이 소모했다는 점. 일본이 주식과 부동산 거품 붕괴 이후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이 '잃어버린 20년'을 가져왔듯, 미국도 그 전철을 밟고 있다고 말한다. '파산 없는 자본주의는 지옥 없는 기독교와 같다'(이스턴 항공 전 CEO 겸 전 우주비행사 프랭크 보먼)는 얘기다.
소위 '브릭스(BRICS)'의 선두주자로 평가됐던 브라질과 러시아에 대해서는 썩 내켜하지 않는다. 현재 브라질과 러시아의 경제 번영은 거의 전적으로 상품 강세장에 힘입은 것으로,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단언한다. 게다가 브라질은 외국인 토지 소유 및 외환 통제, 고율의 관세, 보호무역주의 등이 불안하고, 러시아는 낮은 출산율과 이민율, 짧은 기대수명을 우려한다.
인도의 경우 현재 경제수준으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높은 출산율을 오히려 문제 삼는다. 그 와중에 농업 생산력은 낮고, 이를 개선할 방법은 낙후한 법제에 가로막혀 있다. 이슬람교과 힌두교의 끝없는 분쟁도 문제다.
그가 눈여겨보고 있는 것은 중국의 자원정책이다. 이미 G2로 등극한 중국은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유전, 대농장, 광산 등 눈에 보이는 대로 온갖 생산적 자산을 사들이고 있다. 이유는 하나, 원자재 부족을 예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남미·아프리카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면서도 그 지역에서 환영받는다. 그간 선진국들이 약탈하듯 헐값에 자산을 사들였다면, 중국은 높은 가격에 사들이며 친구로 만든다.
농업과 농산물을 강조하는 근거도 간단하다. 먼저 매년 미국에서만 20만명이 넘는 MBA 졸업생들이 배출되고, 나머지 나라는 말할 것도 없는 상황에서 경영학 학위는 쓸모가 없어질 것이다. 그리고 최근 수년간 세계 식량은 소비가 생산을 넘어서고 있다. 현재 식량 재고량은 소비량의 14% 정도, 불과 30여년 사이 급격히 줄었다. 가까운 장래에 식량 값이 급등하겠지만, 가격이 크게 상승하지 않는 한 농부들은 생산량을 늘리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다.
다소 의외의 선택 같지만, 투자유망 지역으로 꼽은 미얀마와 북한은 과거 쿠바가 그랬듯 미국의 힘으로 봉쇄돼온 지역이다. 이제 민정으로 돌아선 미얀마는 6,000만명의 인구와 엄청난 천연자원, 교육수준이 높은 노동자가 최고의 투자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평가다.
그리고 북한에 대해서 저자는 곧 개방이 불가피하고, 최소한 관광 측면에서라도 중국과 더불어 최고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장차 통일 한국이 일본을 넘어설 것이란 얘기도 덧붙인다.
그래도 망설여진다면, 로저스에게 제2의 인생을 열어준 금언 하나 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행운을 스스로 설계 한다."(로마 감찰관 아피우스 클라우디우스) 1만6,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