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관련 법안을 처리해야 할 국회의 파행이 지속되자 부동산 시장이 냉각되고 있다.
취득세 영구인하·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분양가 상한제 탄력운영 등 부동산 시장 활성화 조치들이 일제히 발목잡히면서 서울 집값은 하락세로 반전했고 주택 구매심리도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쟁으로 민생을 돌보지 않는 국회와 국회만 쳐다보고 있는 무기력한 정부로 인해 주택시장에 불신의 벽이 두터워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토위 소관 부동산 법안은 지난 6월 국회 이후 5개월이 넘도록 단 한 번도 법안심사소위원회의 의결절차를 밟지 못했다.
법안심사소위원회는 법안 통과를 위한 첫 관문인데 5개월 동안 이 문턱을 넘어본 법안이 전무한 것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된 부동산 관련 법안은 분양가 상한제 탄력운영·리모델링 수직증축 허용·주택바우처 도입 등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과 행복주택 개념 정의와 특례 부여 등을 담은 보금자리주택특별법 개정안 등 굵직한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국토위 소위는 지난달 15일 리모델링 수직증축(주택법), 개발부담금을 한시 감면(개발이익환수에 관한 법률) 등 일부 법안에 대해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지만 당 지도부의 반대를 들어 의결은 하지 않았다.
재개발·재건축 사업 활성화에 도움이 될 분양가 상한제 탄력운영은 아예 논의 대상에서 제외하며 사실상 연내 통과가 물건너갔다.
당초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던 리모델링 수직증축은 법 처리 지연으로 내년 3월 시행도 어려운 상황이다.
안전행정위원회 소관 취득세 영구 인하와 기획재정위원회 소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법안은 해당 위원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거래를 회복시켜줄 이들 핵심 법안들이 표류하면서 부동산 시장은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06% 하락했다. 월간 변동률로는 지난 8월 이후 3개월 만의 하락세다.
양도세 한시 감면과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한 취득세 면제 혜택이 올해 말로 종료됨에 따라 혜택을 누리려는 실수요자들이 몰릴 시기인데도 서울 집값은 11월 둘째주 이후 3주 연속 내리막을 보였다. 신도시와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아파트값도 한달이 넘도록 가격 변동이 없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법안 처리가 지연될 경우 주택시장의 관망세가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주택자 양도세의 경우 중과 유예조치가 올해 말로 만료돼 당장 내년부터 2주택 이상 보유자는 양도차익의 50%, 3주택 이상 보유자는 60%에 이르는 양도세를 납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야당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가 집부자를 위한 부자감세라며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와 여당은 중과를 2014년까지 1년 더 유예하는 대안을 모색중이나 국회가 공전하며 이마저도 연내 통과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취득세 영구 인하도 당정이 인하 시점을 8월 28일부터 소급 적용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민주당이 지방세 보전조치를 위해 부자감세 철회를 주장하며 법안처리에 반대하고 있어 처리 과정에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강남의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국회 돌아가는 것을 보면 취득세 인하 시점과 소급적용 여부에 의문을 표하는 사람이 많다”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도 지금처럼 땜질식 처방에만 급급하다보면 전세 등 민간 임대시장의 한 축인 유주택자들의 구매심리를 위축시키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부동산 시장에는 올해 말이면 4·1부동산 대책으로 시행한 양도세 한시 감면 조치와 생애최초주택구입자에 대한 취득세 면제 혜택 등 각종 활성화 조치가 종료됨에 따라 내년 이후 주택경기가 더욱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전문가들은 각종 법안 처리 지연으로 주택시장이 나빠지고 있는데 국회는 정쟁에만 열을 올리고 비판한다.
정부의 협상력 부재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국토부는 분양가 상한제 탄력운영,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리모델링 수직증축 허용 등 각종 법안 처리에 있어 번번이 정치권을 설득하는데 실패했다.
특히 대표적인 부동산 규제인 분양가 상한제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지난 정부부터 반드시 개정해야 할 핵심 사안으로 꼽혔지만 수년째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국회와 정부가 주택시장에 대한 불안감을 없애주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시장 침체의 가장 큰 원인”이라며 “현재 계류중인 부동산 관련 법안 통과가 계속해서 지연될 경우 시장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주택시장 회복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