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전시관에 전시된 1,000개의 전통 베개를 눈 여겨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베개엔 수많은 사연이 담겨있습니다. 자식을 떠나보내고 어머니가 흘린 눈물, 첫날밤을 기다리는 새색시의 설렘이 있습니다. 베개에 깃든 조상의 얼굴을 연상해 보는 재미가 색다를 것입니다.” 46살의 한복 디자이너 김영석씨는 이번 ‘한류 한복을 입다’ 행사에서 관람객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작품으로 그의 애장품인 조선시대 베개를 꼽았다. 그는 이번 전시회에서 무형문화재 구혜자 선생과 함께 전통 한복과 소품을 전시하는 2전시관을 맡고 있다. 김씨가 디자이너가 된 이력은 독특하다. 일본에서 이벤트 기획을 담당하던 그가 돌연 한복장인이 된 것은 어렸을 적부터의 취미 때문. 장식품을 모으고 옛날 저고리를 수집해 직접 바느질 하는 한복 디자인의 매력에 빠졌기 때문이다. 7년 만에 국내 정상급 디자이너 반열에 오른 그는 현대적 감각을 갖춘 한복 디자이너로 평가 받고 있다. 김씨는 “내가 추구하는 한복은 전통적인 선은 따라가되, 다양하고 화려한 색감으로 현대적 세련미를 살리는 것”이라 말했다. 전시회에서 그가 보여주는 주요 작품은 16세기 조선시대의 치마저고리. 그는 이번에 전시된 작품을 ‘우아하면서도 야하다’고 자평했다 그는 “조선시대 치마는 은근히 비치는 실루엣과 곡선의 미가 아름답다”며 “보일 듯 말듯한 설렘과 고상함이 동시에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향후 한복의 대중화, 세계화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남자들이 넥타이를 매고, 정장을 입는 것은 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격식을 지키기 위해서”라며 “한복도 무작정 편하게 입는 옷으로 만들게 아니라 품위있는 자리에서 입을 수 있는 옷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그는 또 “파리 전시회 등 외국 무대에서도 외국인들이 한복을 보고 처음 하는 말은 ‘fabulous’(환상적)!”라며 “한복은 일본의 기모노나 중국의 치파오에서 느낄 수 없는 우아한 자태가 있는데 그것은 한국문화의 미적 감각과도 일맥상통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중국의 경우 유럽에서 각 도시를 돌며 국가적인 문화마케팅을 펼친다“며“한복을 한류 문화코드로 만들기 위해선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