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상품·이머징시장 투자 '썰물'

글로벌 경제 회복지연 우려로… 美 채권·달러·엔화엔 자금 몰려
일부선 "선진국 3분기 플러스성장 가능성" 반론도



지난달 말까지 '리스크 선호'로 몰려갔던 투자자들이 이머징시장과 각종 상품 등 위험선호 투자자산에서 대거 발을 빼기 시작했다고 12일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FT는 미국의 2ㆍ4분기 기업실적 하향 우려로 촉발된 글로벌 경제의 지속적 회복에 대한 우려가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신문은 "최근 지표의 평균적 개선세에도 불구하고 단기 내에 지속적인 회복상태로 진입하기에는 미진하다는 시각이 지난 주부터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주 주식과 상품, 이머징 시장 통화 등은 이 같은 시각 속에 일제히 후퇴를 나타냈다. 반면 미 정부국채나 달러, 엔화 등 안전 자산으로는 투자자들이 다시 몰렸다. 영국중앙은행이 부실채권 매입 규모를 동결, 사실상 양적완화 프로그램의 종료 의사를 표명한 점도 시장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미시간대학이 발표한 7월 미 소비자신뢰지수 역시 64.6을 기록해 전달의 70.8에서 크게 하락, 투자 심리를 냉각시켰다. 대표적인 상품인 국제 원유 가격은 한 주 동안 11% 가량 하락하며 배럴 당 6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금값은 온스 당 900달러 수준으로 후퇴했고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등 신흥시장 통화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일본 니케이 지수는 5.4% 급락하며 8일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고 유럽 주요지수인 FTSE유로퍼스트300지수는 3.4% 떨어지며 4주 연속 하락했다. 선진국에 비해 기업실적 우려가 덜한 이머징시장도 인도와 러시아 증시가 각각 11%, 9.4% 급락하는 등 민감함을 드러냈다. 반면 안전 자산인 엔화는 달러화 대비 5개월, 유로화 대비 7주 고점에 안착했다. 이로 인해 일본에서는 막 자리잡기 시작한 제조업 안정세가 엔고(高)로 다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됐다. 달러화 역시 유로화 및 파운드화 대비 강세를 보였고, 미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0.21%포인트 떨어진 3.29%를 기록하는 등 국채 시장에도 수요가 유입됐다. 지난 주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년도 세계경제 전망을 소폭 상향하고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2차 부양책이 필요치 않다"고 못박았지만 이 같은 추세를 반전시키지는 못했다. 그러나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은 혼재하는 지표 만큼이나 다양한 게 사실이다. 바클레이즈캐피탈은 "최근 지표개선세로 볼 때 대형 선진국들이 3ㆍ4분기에 플러스 성장세를 기록할 가능성이 엿보인다"고 전했다. 시몬 헤이즈 바클레이즈 캐피탈 이코노미스트는 "6월 글로벌 비즈니스 신뢰도 지표가 2008년 10월 이후 최고치에 도달했다"며 "보다 지속될 경우 세계 경제 회복이 기존 전망보다 더 클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글로벌 경제의 양대 축인 미국과 중국의 수출 개선세로 인해 세계 경제가 동반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5월 무역적자(260억 달러)는 월 수출이 1.6% 늘어난 데 힘입어 10년 기준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의 6월 수출도 전년 대비 21.4% 감소, 지난 5월(-26.4%) 보다 개선된 흐름을 보였다. 이로 인해 데이터 분석업체인 매크로이코노믹 어드바이저스는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1.6%에서 0.2%로 상향조정 했다. 골드만삭스도 중국이 올해 8% 이상의 경제성장을 보일 것이라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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