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외탈세ㆍ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선박왕’ 권혁(62) 시도상선 회장이 여러 개의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 계획적으로 탈세를 해왔다는 진술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정선재 부장판사)는 17일 권 회장에 대한 두 번째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는 지난달 19일 첫 공판기일에 지방 출장 등의 이유를 들며 출석하지 않았던 국세청 직원 이모씨와 최모씨가 증인으로 나왔다. 이씨는 지난 2010년 10월 국세청이 권 회장의 탈세 혐의를 포착해 조사할 당시 조사 단장이었고 최씨는 지원업무를 담당했다.
검찰 이씨에게 ‘시도그룹 출자구조도’등이 포함된 국세청 세무조사 자료를 제시하며 “권 회장이 레이드 서비스 리미티드 등 다수의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들었지만 실은 페이퍼 컴퍼니 아니었나”라고 묻자 이씨는 “페이퍼 컴퍼니의 최종 주주는 사실상 권 회장”이라며 “법인 설립 목적도 선박 계약을 맺으며 받은 커미션을 권 회장이 챙기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씨는 ‘시도상선의 국내 매출이 최대 2% 밖에 되지 않아 권 회장을 국내 거주자로 보기 어렵다’는 권 회장의 주장에 대해 “국내 거주여부는 ‘객관적인 생활관계’에 의해 정해진다”며 “권 회장은 부인, 자녀와 서울 서초구 반포동 자택에서 가정 생활을 오랫동안 영위해왔고 국내에서 다수의 부동산 및 금융거래를 해 국내 거주자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권 회장 변호인은 “직업이 사업자인 사람의 거주지는 사업 근거지, 정리회계의 장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앞서 권 회장은 국내에 근거지를 두고 있으면서 탈세 목적으로 조세피난처에 거주하는 것처럼 위장해 2,200억여원을 탈세하고 국내 조선사와 선박건조 계약을 하는 과정에서 회사 돈 918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