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백인 형제들의 위협도 내게는 상관없습니다. 나는 이미 산 정상에 올라 ‘약속의 땅’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죽음을 예감한 듯한 연설을 남기고 한 발의 총성과 함께 스러져간 마틴 루서 킹(사진) 목사. 킹 목사 40주기를 하루 앞둔 3일, 킹 목사 암살 현장에 함께 있었던 제시 잭슨 목사는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다”며 입을 열었다. 당시 26세였던 잭슨 목사는 킹 목사 암살 사건을 계기로 흑인과 소수인종을 위한 인권운동에 투신했다. “총탄 한 발이 인권운동 전체를 죽이게 둘 수는 없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테네시주 로레인 모텔에서의 끔찍했던 그 날 이후 40년. 잭슨 목사는 미국 내 흑인 인권이 어느 정도 신장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진단했다. 정계와 연예계ㆍ스포츠계 등에 흑인의 진출이 눈에 띄게 증가했지만 여전히 수많은 흑인들이 빈곤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잭슨 목사는 민주당 대선 주자인 버락 오바마 상원 의원의 선전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선거 운동 과정에서 민감한 인종 문제를 정면으로 언급하는 오바마 의원을 통해 킹 목사가 부르짖던 ‘꿈’이 소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잭슨 목사는 에멧 틸, 앤드루 굿맨, 제임스 체니, 마이클 슈워너 등 인권운동가들이 줄줄이 암살됐던 미시시피주 경선에서 오바마 의원이 승리를 거둔 데 대해 큰 의미를 부여했다. 자신이 두 차례나 대선에 나섰지만 흑백 장벽을 넘지 못하고 고배를 마셔야 했던 과거에 비하면 분명히 진일보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킹 목사의 장남인 마틴 루서 킹 3세 역시 이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대선의 성패를 떠나 오바마는 그 존재 자체로 리더십의 새로운 모델을 창조해냈다”며 “그가 주요 대선 후보가 될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엄청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